책 표지를 쉽게 못 넘기겠다. 유화처럼 짙은 앞표지, 그런데 손끝에 닿는 질감은 거칠다. 만지고 싶어서 넘기게 되는 책. 나태주 인터뷰 산문집 『일인분의 삶』과의 첫 만남이 그랬다.
시인 나태주와 그의 말을 받아 적은 편집자 김정민.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뜻밖의 숙제를 던진다.
나태주 시인이 종이가 닿도록 읽었다던 절판된 『인도방랑』을 중고로 구해 읽었다.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도 사서 밑줄을 그었다. 마음에 남는 문장은 옮겨 적어 두고 틈날 때마다 꺼내 읽었지만, 정작 나태주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한 편과 '나답게 살라'는 말만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김정민 에디터의 질문 하나하나가 정확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강연에 가도 질의응답 시간엔 늘 아쉬움이 남는데, 이 책은 그 아쉬움을 대신 채워줬다. 어른이 되어가는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도 모르던 내게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질문과 답이 이어졌고, 마지막 장이 다가오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
막막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의 일인분을 묵묵히 살아내며 웃는 사람의 말이 그 순간을 지나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두고두고 꺼내 읽으며 내 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당연한 말을 이렇게 공감 가게 쓸 수 있구나 싶었다. 연습 없는 성공은 없다는 것. 좋아하는 것이 소중한 까닭은, 결국 거기에 쏟은 시간 때문이다. 문장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눈이 보석을 알아보고, 그 빛을 되받아 내 눈도 조금씩 반짝이는 기분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답은 결국 내가 찾게 된다. 그 과정이 즐겁다. 중간중간 실린 나태주의 시와 해설도 낯설게 다가왔다. 예전엔 시만 읽었지만, 이번엔 해설을 통해 시인의 태도와 방향, 의지까지 보였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니 시가 다시 신이 났다.
나태주의 시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책부터 펼쳐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