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클로드를 '쓰고' 있는가, '알고'만 있는가.
『누구나 아는 나만 모르는 클로드』를 읽고
책상 위에 클로드 책이 몇 권째 쌓여 있다.
표지만 봐도 목차가 그려진다.
이번 책도 그럴 줄 알고 가볍게 펼쳤다.
그런데 첫 장을 넘기자마자, 이 책이 노리는 독자가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클로드라는 이름조차 낯선 사람이라는 걸 알아챘고, 손이 뜨뜻미지근해지는 걸 숨길 수 없었다.
약간 김이 샜다.
완독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구독자 58만의 IT 교육 크리에이터 누나 IT,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주는 걸로 이름이 난 사람이다. 한빛미디어에서 나온 이 책도 딱 그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왕초보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하고 정직한 입문서였다.
정직하다는 표현을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은 깊이를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초보자가 어디서 당황할지를 미리 짚어준다.
예를 들면 클로드로 만든 산출물을 그냥 게시하는 것과, 깃허브를 이용해 웹사이트로 배포하는 것의 차이. 이미 익숙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 한 줄이 며칠의 삽질을 막아준다.
VLOOKUP 함수도 비슷했다. 엑셀에서 이 함수를 못 써 하나하나 찾아 붙여 넣던 사람이, 클로드를 붙여 몇 초 만에 끝내는 장면을 한 번 보고 나면 예전 방식으로 못 돌아간다. 바이브 코딩 파트도 같은 결이다. 프로그래밍을 전혀 몰라도 대화만으로 앱과 웹사이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단 한 줄의 코드도 요구하지 않고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 클로드에게 얼마나 맡기고 있는가.
단순히 질문하고 답을 받는 정도인가, 프로젝트나 스킬 같은 기능까지 부려 쓰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나도 잠깐 멈췄다.
다 읽고 남은 감정은, 그래도 아쉬움 쪽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AI는 책보다 빠르다. 메뉴 위치가 바뀌고, 지금 중요한 기능이 다음 분기엔 다른 방식으로 대체된다. 최신 기능을 붙잡고 쓴 책일수록 낡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누구나 아는 나만 모르는 클로드』 책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정보가 너무 많고 빠르게 바뀌다 보니, 기초조차 낯선 사람에게는 이런 안내서가 여전히 자리를 지킨다. 특히 최신 정보를 편식하듯 접해온 40~60대 독자라면 더 그렇다.
책을 덮으며 다시 확인한 건 따로 있었다. 클로드를 잘 쓴다는 게 기능을 많이 안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 질문하고 답을 받는 일은 이미 익숙하지만, 프로젝트나 스킬, MS 오피스 연동 같은 이름조차 몰랐던 기능은 나한테도 낯설었다. 내가 필요한 일을 얼마나 믿고 맡길 수 있는지, 필요할 때 적절한 기능을 꺼내 쓸 수 있는지. 실력은 거기서 갈린다.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다.
이성원(누나 IT) 『누구나 아는 나만 모르는 클로드』 책은 아는 것과 사용하는 그 틈에 다리 하나를 놓아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