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영화 - 창작의 한계를 넘어선 예술과 기술의 만남
김대식 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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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을 전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되, 내용에는 일체의 외압이 없음을 밝힙니다.

 

나는 컨텐츠 제작과 평론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때문에 인공지능이 컨텐츠 제작자의 밥그릇도 위협할 것이다.” 라는 명제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동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책의 주내용은 인간 각본가가 쓴 영화 줄거리 초안에 기반,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이 초안을 다듬고, 제목과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는 영화<남아 있는 것들>의 가상의 캐스팅, 배우 인터뷰, 스토리보드, 스틸컷, 스케치 등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으로 영화 예술의 제작 방식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드는 느낌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주원인은 내가 살면서 접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결과물들에서 느껴왔던 실망감과 일맥상통했다.


사실 인공지능 얘기를 하기에 앞서, 모든 것의 기초가 된 초안 내용의 허술함부터 지적하고 싶다. 왜 인공지능이 계약을 조기 해지한 고객 대신 일해서 고객의 위약금을 대납해야 하냐.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애당초 인공지능은 해당 계약의 주체는 아니었다. 계약의 주체가 아닌 존재가 왜 계약에서 정한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하냐. 각본 속 인공지능은 자아와 의지, 욕구를 갖고 인간에게 반기를 들고 인간을 해칠만큼 뛰어난 강인공지능이고, 위약금 대납 얘기까지 나오는 거 보면 재산권도 어느 정도는 인정받는 모양인데, 그렇게 잘난 인공지능이 어쩌다가 지하철 역 전광판에나 갇히게 된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뒤로 줄줄이 나오는 그림들도, 그다지 인상적이거나 작품의 핵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날선 느낌을 주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냥 인터넷 찾으면 쉽게 나오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첫눈에 예쁘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나사빠진 이미지를 보는 느낌 그대로였다.


더욱 결정적으로, 이 책에는 제작자 차원에서 던질 수 있는 더 깊은 수준의 물음과 그에 대한 답이 결여되어 있다. 이렇게 어찌어찌 만든 기초로 과연 실제 영화를 제작 가능할 것인가? 제작한다면 그 과정에 인공지능은 얼마나 어떻게 쓰이게 될 것인가?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재래식으로 만들어진 영화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 것인가? 이런 물음들 말이다.


우리가 돈과 시간을 들여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궁극적 이유는, 인간과 인공지능 간에 누가 더 잘났는지, 누가 같은 일을 더욱 비용효율적으로 해내는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간이 가진 감성을 자극받아 감동을 얻고, 더 나아가서는 시대와 장소와는 상관 없이 유효한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다. 앞으로 해당 기술이 얼마나 발전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는 그러한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은 같은 인간의 손길로만 가능한 것 같다. 인간을 감동시키고 치유시키며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이끌 창작물을 만들려면 인간을 철저히 공감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현재의 인공지능은 그저 확률형 앵무새일 뿐이니까 말이다. 앵무새가 인간의 말을 따라한다고, 앵무새가 인간의 말을 인간과 동등한 수준으로 구사한다고 보는 멍청이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요즘 세상에는 인공지능을 두고 그게 가능하다고 떠드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당혹스럽지만.


인공지능이 창작을 싸고 빠르게해줄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경제 원리를 모를뿐더러 관심도 없다. 인간의 마음을 매만질 수 있는 작품은 오직 인간, 그것도 뛰어난 인간의 손길로만 만들 수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더욱 굳힐 수밖에 없던 일독이었다. 그러니 창작자 제군. 세상이 뭐라 하건 신경쓰지 말고 정진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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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스트 윈터 -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 개정판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정윤미 외 옮김 / 살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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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이 번역 문제로 욕을 엄청 먹은 걸로 아는데 무려 15년만에야 개정판을 내다니... 출판사 일 안 하네. 반성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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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해전사 - 전쟁의 향방을 결정지은 세계 해전의 모든 것
크레이그 L. 시먼즈 지음, 나종남 옮김 / 책과함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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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의 같은 책 페이지에 올라온 리뷰를 퍼올린다.

책을 보지 않아 이 내용이 모두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다.

아무리 타군인 육군 출신이라고는 하나, 현대전에서는 갈수록 각군간 합동성이 중요해지지 않는가. 사관학교 교수라는 사람의 번역이 고작 이 정도라면 누굴 믿어야 하나?

이에 대한 출판사와 역자 측의 책임 있는 해명 없이 이 리뷰를 비공개 처리할 경우, 해당 출판사의 모든 책을 불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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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사지 말아야 할 최악의 번역. 육사 현직 교수의 떨어지는 자질을 보고 싶은 분만 사시라...


책과함께 출판사가 좋은 역사물 특히나 최근 샤이러의 제3제국의 흥망과 피와 폐허 같은 수작을 출간해 믿고 샀다가 정말 제대로 배신당했다.

나종남이라는 육사교수에게 왜 해군사를 번역시키는가? 그것부터가 실패였고 육사교수의 번역이면 최소한 해사나 해군전문가에게 감수 1주일만 시켰어도 이런 끔찍한 번역물은 세상에 안나온다.


단적으로 말해서 번역을 하는 육군사관학교 교수라는 인간이 해군의 영어 호칭 계급체계가 전혀 다르다는 것조차 모르는 수준이다. 아니 해군의 commander가 중령이지 어떻게 그걸 사령관으로 번역하냐고? 육군과 해군의 영어계급은 좀 다른거 정말 몰랐나? U47의 귄터프린이 로열오크를 격침할때 카피탄 로이테난트를 시종일관 중위라고 써놨는데 그거 사실은 대위다! 유보트 매니아들은 모를수가 없는 유명인사 프린의 계급을 중위라고 써놓다니 그거말고도 이책은 매 페이지당 이런식의 무지한 그리고 성의없는 번역오류가 차고도 넘친다. 이책 53000원이란 거금 주고 산 독자입장에서 화딱지 나는 정도가 아니라 번역자에게 공식사과라도 받고 싶을 지경이다.

아니 산호해해전이나 필리핀해해전을 산호해전투 필리핀해전투라고 처번역하는 무신경은 대체 모냐고? 나 육사교수야! 그거 티내는거냐고? 거기에 뇌격기를 어뢰기로 번역하는 신박함까지...이책의 오류는 책의 페이지수보다 더 많을거다. 고작 50페이지 보다가 화딱지가 나게 만드네!


우아아아 이런 최악의 번역은 보다보다 첨이다. 수년전 원서로 이책을 접했고 그때 힘들게 읽어서 좀 편히볼라고 출판사 믿고 책샀다가 완전히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나종남 당신 쓸데없이 정치에 기웃댈시간 있으면 학자의 기초이자 기본인 번역이나 좀 제대로 해라. 당신이 박정희를 빨건 홍범도 흉상 육사이전을 추진하건 전적으로 당신 자유지만 돈받고 파는 책의 번역을 쌩초보수준으로 하면서 그러구 다니면 자기 본분도 못하는 전형적인 폴리페서 소리 듣기 딱이다. 당신의 원서읽는 수준을 보면 당신에게 배우는 육사생도들이 불쌍해질라고 그런다. 어떻게 이정도 독해능력을 가지고도 육사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거냐? 뉴라이트 옹호질함서 나다닐 시간에 학자의 기본인 번역 원고교열이나 제대로 해라. 실력없고 능력이 이리 안되면 해군전문가 해사에 감수라도 부탁하던가. 번역자 나종남은 지금이라도 원작자 시먼즈에게 정식으로 편지써서 사죄문부터 올려라. 걸작을 이렇게 망치고도 육사교수입네 하고 나다닐걸 생각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시먼즈가 미해사에서 어떤존재인데 바다를 전혀 모르고 해군에 대해 아예 무지한 육사교수나부랭이에게 번역을 맡겨서 원작에 개똥칠을 하나? 출판사도 정말 책임이 크다. 그간 좋은 역사서 발행했다가 무슨 실망을 이리 주냐? 솔까 이책 전부회수하고 번역자에게 줄 돈으로 재출판하는게 상도의에 맞다! 이런 책이 서점에 굴러다는 것 자체가 독자우롱이다. 출판사는 부디 이번 대참사를 교훈삼아 두번다시 이런 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나종남에겐 일맡기지 말기 바란다. 혹시 그자에게 번역료 지급 안했으면 책정한거에서 무조건 80% 깍아서 줘라. 이건 딱 10만원 줘도 될 개똥번역이다. 정말 학을 떼는 책이다. 부디 여러분 저처럼 돈지랄 하는 일 없길..이책은 안사는게 답입니다.


혹시... 이 책 번역도 이런 테크트리(사진 참조) 탄 거 아닌가? 싶은 의혹마저 드는 번역이었다.

미제 박사학위까지 보유한 육사 교수라면 이런 결과물을 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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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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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생산 문화에서 파생된 아시아식 자본주의는 이제 지속가능성의 한계에 봉착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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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탄생 -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이희재 지음 / 교양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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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다름아닌 화폐 단위 표기에 대한 저자의 견해입니다.

문제의 책을 서점에서 본 게 2009년이었는데, 펼치자 마자 경제를 수박 겉핥기로 배운 저조차도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 펼쳐지더군요.

"과거의 어떤 화폐단위도 현재 한국의 원화로 환산해서 표기하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사려는 생각을 접었던...


이게 왜 문제가 돼냐 하면 말이죠.

(1)정확한 환율 환산 자체가 의외로 매우 어렵습니다.

돈도 결국 가치를 표현하는 도구고, 그 가치는 자연적이고 내재적인 불변의 가치가 아니라 인간이 인위적으로 부여한 가치입니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어느 시대에는 비싸게, 어느 시대에는 싸게 거래될 수 있습니다. 과거 유럽 역사의 튤립 파동이나, 요즘 부는 가상화폐 열풍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특히 화폐 가치 격변기(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화폐 개혁, 경제 공황기)의 화폐 가치는 도대체 어떻게 계산할 겁니까?

192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악의 탄생>에서 히틀러가 그러더군요.

"요즘 빵 한 개 가격이 무려 50만 마르크요!"

이 50만 마르크, 원화로 얼마로 번역하죠? 숫자가 50만이나 붙은 거 보니 되게 비싼 금액 같기도 하고, 빵 한 개 가격이라니 몇 푼 안 되는 금액 같기도 하고.

게다가 환율은 끊임없이 요동칩니다. 우리나라도 1997년 IMF떄는 1달러에 2,000원 가까이 찍었습니다.

머지않은 과거에 유럽에서 화폐 개혁을 했는데, 그 때의 상황을 설명하는 글도 이 주장대로라면 정말 옮기기 힘들겠군요.

"독일인 아이스너 씨는 은행에 200마르크를 내고 100유로를 환전받았다."가 "독일인 아이스너 씨는 은행에 14만 원을 내고 14만 원을 환전받았다."가 되어 버리니... OMG.


(2)화폐 단위도 그 화폐를 만든 사회의 역사고 문화입니다.

"1930년 미국 뉴욕시에 살던 마이클은 가판대에서 1달러를 내고 신문을 구입했다." 라는 문장은, 이 책의 주장대로라면 다음과 같이 고쳐져야 합니다.

"1930년 미국 뉴욕시에 살던 마이클은 가판대에서 1,200원을 내고 신문을 구입했다."

1930년대의 미국에서 원화가 통용되었나요? 아니잖아요! 왜 번역사를 거짓말쟁이로 만들려고 하시죠?


(3)원작자가 파 놓은 문학적 장치가 무력화될 수도 있습니다.

"제이미는 미키에게 비상금으로 100파운드 지폐 3장을 주었다." 같은 문장이 제시되고, 극중에서 미키가 어떤 상황을 만날 때마다 이 지폐를 한 장씩 꺼내 쓰면서 위기를 모면하는 내용의 작품이 있다고 할 때, 이 책의 주장대로라면 참 웃기게 됩니다.

"제이미는 미키에게 비상금으로 16만원 지폐 3장을 주었다... 어라라?"

한국 돈에는 16만원권도 없고, 16은 100처럼 십진법으로 딱 떨어지는 수도 아닙니다.

원작의 금액값 자체에 중요한 의미가 숨겨져 있을 경우에는 더욱 안 되는 말이구요.


(4)번역사의 인건비는? 독자의 실익은?

이런 부분까지 다 따져가면서 과거의 화폐 단위를 원화로 제대로 바꾸려면 경제학 석사는 돼야 할 판입니다.

그런데, 번역사가 이런 것까지 시간 들여서 환산하면 번역료 더 나오나요? 독자는 현대 한국의 원화를 들고 있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물론 원문의 작성시점과 번역문의 작성시점 간의 시간적 격차가 적고, 번역문의 수명이 짧고 용도가 비교적 실용적일 경우에는 원 화폐 단위와 원화 환산치를 병기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전혀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1960년대 버스 요금은 5원이었습니다. 60년이 지난 지금은 300배 늘은 1,500원(제가 사는 경기도 시내버스 성인 현금 요금 기준)입니다. 그리고 종이매체는 최대 100년을 갑니다. 환율이 100년 후 어떻게 변해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의 돈을 맘대로 번역 시점 당시의 원화 가치로 환산할 수 있습니까?


이 책을 보셨다는 분들 중에서 누구도 이런 부분을 문제삼지 않아서 장문의 글을 써보았습니다.

...뭐, 이렇게 적어도 악플(?)은 달릴 것 같지만. ㅋㅅ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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