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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네 벼룩가게 - 재활용과 나눔을 벼룩시장에서 배워요
김경아 지음, 신민재 그림 / 창비 / 2009년 8월
평점 :
우리 아들은 잃어버리기 대장이예요.
지우개, 연필 쯤 잃어버리는건 거의 매주 있는 일이고
올해 들어서는 봄점퍼도 하나 잃어버리고 왔답니다.
사내아이라 덜렁대서 그런거겠거니 하고 그냥 웃어넘기려고도 해봤지만
반성조차 안하는 아들의 태도가 괘씸해서 도저히 그냥 웃어넘길 수가 없네요.
잃어버리고 와서도 찾으려고 생각도 하지 않고
다음부터는 잃어버리지 말아야겠다 반성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게 자꾸 잃어버리면 어떡하냐고 혼냈더니 이런 소리도 하더라구요.
"다시 사면 되지 뭐."
하도 잃어버리길래 지우개 하나를 사도 10개들이 1세트씩을 사다놓고
잃어버리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필통에 다시 넣어주니까
한두개쯤 잃어버려도 괜찮단 생각을 한걸까요?
그말을 듣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내줬는데도
지금까지도 그 나쁜 버릇과 생각은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네요.
그런데 아들의 이런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주기에 정말 딱 맞는 책을 발견했어요.
아무리 옳은 소리라 해도 똑같은 말을 자꾸 하게 되면 잔소리로만 들려 듣기가 싫은 법.
이럴때 엄마의 백마디 잔소리보다 더 효과적인
엄마가 하고픈 말을 대신해주는 재미난 책을 읽게 해주자는게 제 생각이거든요.
이수는 새 것만 좋아하는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랍니다.
이수의 취미는 엄마랑 물건 구경하기예요.
그날도 아빠 셔츠를 사러 간다는 말에 엄마를 따라 나섰는데
엄마가 들어선 가게에는 유모차, 전기밥솥 까지 정말 없는게 없네요.
처음엔 정말 귀여운 곰 인형이 500원인걸 보고 정말 싸다고 감탄했던 이수가
그 가게가 남이 안쓰는 헌 물건을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구두쇠 엄마가 자기랑 아빠를 거지로 만들려고 한다고 심통을 부립니다.
헌 물건이란 이야길 해주지 않았다면
이수는 신이 나서 엄마한테 그 물건들을 사달라고 졸랐을텐데 말이죠.
이런 이수가 사촌오빠 상찬이와 엄마와 함께 벼룩시장을 구경한 뒤에
어린이 벼룩시장에서 안쓰는 물건들을 직접 팔아보고는
돈의 소중함과 재활용과 나눔의 중요성 등에 대해 배우게 된다는
정말 흐뭇한 내용이 담겨있답니다.
이수가 벼룩시장에서 직접 물건을 팔아보니 돈 버는게 쉽지 않단걸 배웠고
그렇게 어렵게 번 돈을 쉽게 쓸 수 없단 것도 배웠다니
벼룩시장이 가르쳐주는 경제교육 효과가 정말 굉장하지 않나요? ^^
사실 저 역시 헌 물건보다는 새 물건을 더 좋아합니다.
책도 구간보다는 신간이 좋고 옷도 이월상품보다는 신상품이 좋죠.
벼룩시장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 벼룩시장 가서 물건을 산다해도
누가 입고 쓴건지 모르는데 왠지 꺼림칙하다 생각될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두번밖에 사용하지 않아 새 것이나 다름없는 물건을
새 물건의 몇분의 1 가격으로 싸게 산다는 것도 매력적이고
내가 쓰지 않고 베란다나 옷장, 책상 속 깊숙이 묵혀두고 잊어버리고 사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싼 값에 파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이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철부지인줄로만 알았던 이수한테 저도 한수 제대로 배웠네요.
이 책은 재미나고 교훈적인 내용 외에도 매력적인 요소가 참 많은 책입니다.
일단 이수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묘한 재미가 있거든요.
오늘 일어났던 일에 대해 이수가 궁시렁대거나 행복해하는 모습이
재미난 그림, 알록달록 이쁜 글씨와 함께 가득 담겨있어서
저도 이런 재미난 일기를 써보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요.
알뜰 재활용 가게에서 엄마가 아빠의 셔츠를 500원에 사오자
구두쇠 엄마가 아빠는 누더기 임금님,
자기는 거지 공주를 만들려고 한다고 투덜대는 모습에 쿡쿡 웃음짓게 되더라구요.
또 한가지, 추천사를 써주신 손숙님의 말씀처럼
헌 물건을 재활용하는 방법, 헌 물건을 파는 곳,
벼룩시장이란 이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 때 알아야 할 모든 것에 대해 A부터 Z까지,
거기에 나눔과 기부를 왜,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인 나눔의 실천방법 등등이
사진과 그림까지 가득 첨부돼 아주 자세히 설명돼있답니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이수처럼 어린이 벼룩시장에 참여보려고 해도 정보가 없다면
그냥 생각에 그칠거란걸 어떻게 아셨는지 조목조목 아주 꼼꼼히도 기록해주셨네요. ^^
우리 아들도 이수가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별말은 없지만 무언가 조금은 느끼고 깨달은 눈치입니다.
우리 아들의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되네요. ^^
이수의 벼룩시장체험기가 우리 아들과 같이 물건의 소중함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아주 큰 가르침을 주리라 확신해요.
더불어 자원의 재활용과 나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정말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