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유쾌한 과일 - 나오키 문학상 수상작가 하야시 마리코 대표작
하야시 마리코 지음, 정회성 옮김 / 큰나무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손끝만 닿아도 짜릿짜릿하던 감정은 어느새 사그라들고

남편살이 내 살 같고 내 살이 남편살 같아

둘이 살을 맞대고 있어도 아무 감흥이 없어질 때,

그래서 그만큼 서로에게 소홀해질 때

불륜까지는 아니라 해도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의 아내나 남편이 아닌 이성친구를 꿈꾸게 되는 듯 하다.

첫사랑이 주는 두근거리는 설레임까지는 아니어도

누군가가 날 위해 뭔가를 계획하고

내가 기뻐하는 모습에 나보다 더 기뻐해주는 그런 느낌을 가져보고 싶다고 할까?

 

착한 남편이지만 이대로 계속 살기는 답답해 못견디겠다 생각한

결혼 6년차 주부 마야코는 불륜을 저지른다.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는, 즉 외모 학력 등등

거의 모든 면에서 누구보다 괜찮은 조건의 착한 남편이긴 하지만

마야코를 성적으로도 만족시켜주지 못할 뿐더러

시어머니 아야코와 죽이 잘 맞는 효자 남편 고이치에 대한 불만을

옛 남자친구인 노무라를 만나 해소한다.

노무라는 아이까지 있는 한 가정의 가장이기에

마야코 마음에 따라 만남도 헤어짐도 쉬웠지만

31살의 독신남, 미치히코와의 격정적인 만남은 마야코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일요일마다 쪼르르 본가로 달려가는 남편, 밤이면 자기를 거부하는 남편,

안생기는 아이를 가지라고 닦달하고 며느리를 무시해대는 시어머니.

나같아도 불만으로 가득찰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아예 작정하고 옛 남자친구 노무라에게 연락해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미치히코까지 장장 세다리를 걸친 마야코의 뻔뻔함이

같은 여자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마야코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지만

나쁜 말로 표현하자면 도무지 생각이라곤 하지 않고 사는 여자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가지 이유로 내가 못해본 경험을 마야코를 통해 해보고

저럴때 기분이 어떨까 은밀한 상상을 해보는 재미가 있어 은근히 짜릿하긴 했다.

오로지 욕구해소를 위한 노무라와의 끈적한 만남은 하나도 부럽지 않았지만

아가씨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제대로 데이트를 즐기게 해준 미치히코와 마야코의 만남은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나도 저렇게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는데~'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남자가 있었는데~'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옛시절이 그립기도 했고

지금은 그렇지 못하단게 서글퍼지기도 했다.

 

별 죄책감 없이 불륜을 저지르고 실컷 즐겼던 마야코가

불행해지길 바란건 아니지만

마야코가 전보다 행복해보이지 않아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불륜의 끝 = 행복" 이라면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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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전철
아리카와 히로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번역하는 내내 마음에 훈풍이 부는 듯한 느낌이었고, 
 읽고 나서도 따스한 여운이 남았다. 지나치게 묵직하지도 않고, 
 얽히고 설킨 추리소설처럼 기억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가끔씩은 웃음을 터트리고 
 가끔씩은 보기 싫은 사람의 모습에 혀도 끌끌 차면서 
 술술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어느덧 종착역이다." 
- "사랑, 전철" 옮긴이의 말 中 에서 - 

가끔 지연되는 사고가 생기긴 하지만
안전하고 저렴하면서도 빠른 교통수단 하면 역시 제일 먼저 전철이 떠오른다.

출퇴근길엔 상체는 동쪽에 가있고 하체는 서쪽에 가있을만큼 
사람들로  꽉 들어차 정신없이 붐벼대는 통에 같이 탄 사람들을 살필 여력조차 없지만
한가한 시간, 같은 칸에 탄 승객들을 살펴보면
남녀노소 연령대도 다양하고 천차만별인 승객들을 마주하게 된다.
신문을 접어 읽지 않고 그냥 펼치고 보는 통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아저씨도 있고
핸드폰으로 수다삼매경에 빠져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도통 모르는
양심불량 승객에 둘만의 공간에서나 할것이지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들도 있고
젊은 사람이 자리양보해주는 것쯤 너무도 당연한 듯이 여기셔서
내 다리가 아픈데도 괜히 양보해드렸다 싶을만큼 아주 얄미운 밉상 어르신도 계신다.
책소개에도 나와있듯 가끔 내 얼굴을 너무 뚫어지게 쳐다봐서
'내가 아는 사람인가?' '내가 뭘 잘못했나?' '내 얼굴에 뭐가 묻어서 저러나?'
안절부절, 몸둘 바를 모르게 만드는 다소 기분 나쁜 눈길을 감내해야할 때도 있고 말이다.

이처럼 다양한 군상들이 모여들어 각자 제 갈길을 찾아가는 전철 속에서 만난 사람들이
같은 칸에 탄 다른 승객의 충고 한마디에, 
또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새 삶을 선택하기도 하고 
귀여운 연인을 만나기도 하며
뻔뻔스런 아줌마 부대를 향해 싸우는 할머니를 도와주는 
정의감 넘치는 연인도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인연과 만남들. 
바로 이 작품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같은 도서관 이용자다 보니 
알게 모르게 같은 책을 놓고 책쟁탈전을 벌였던 라이벌로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를 눈여겨보고 은근히 끌리던 차에
전철 안에서 나눈 짧은 대화로 연인관계로 발전한 마사시와 유키 이야기, 
5년간 사내커플이었던 남자친구에게 결혼 직전 이별을 통보받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자기와 같은 회사 여자동료의 임신이라니~
기가 막힌 억울함에
그 남자 결혼식에 신부보다 더 근사한 외모로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간 쇼코의 이야기,
일행의 자리를 맡아주기 위해 가방을 날리고도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고
게다가 교양있는 척 해대는 중년의 아줌마들 무리의 이야기 등등
등장인물마다 목적지가 다르듯 
책 속에 담겨진 이야기도 그만큼이나 참 다양하고 재미있었다.

알콩달콩, 참 이쁜 사랑을 해서 
나한테도 저런 이쁜 시절이 있었나 싶을만큼 부러운 커플들 이야기도 있었지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엉덩이부터 들이미는 것도 모자라 
가방을 던져대는 뻔뻔스런 아줌마 부대 이야기와 
자기 마음 내키는대로 여자친구한테 소리 지르고 때리기까지 하는 남자친구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나도 같이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게도 만들었다.

'탑승시간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된다고 그 짧은 순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편들어주고 위로를 해주고
달콤한 연인까지 만드는게 과연 가능할까?'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했지만
요지경 속 같아 살면 살수록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인 요즘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어디에선가는 충분히 저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전철 안에서 우리가 멍하니 앉아있는 그 순간에도
저쪽에선 새로운 연인이 태어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내 말에 귀기울이고 있을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전철을 탈 때마다 입조심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나도 귀를 쫑긋 세우고 누군가의 말을 귀담아 들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정말 심심해 못견디겠는 날, 
친구와의 약속이 펑크나 갑자기 시간이 붕 떠버린 날.
지금 이순간에도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지고 있을 전철에 재미삼아 타보고 
같은 칸에 탄 승객들을 조용히 살펴봐도 아주 재미날 것 같다.
내 평생의 연인을 만날지도, 어떤 할머니의 충고로 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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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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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게 참 허무해질 때가 있습니다.
지금도 즐거운 일이라곤 정말 눈곱만큼도 없는데 
살다보면 그나마 지금의 이 생활조차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 때가 있으니까요.

사실 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남편은 제 맘을 너무 몰라줘 서운하고 아들도 제 맘처럼 커주지 않아 속상하고
엄마는 병들어 고생하시다 얼마전에 돌아가셨고...
그나마 제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언니도 
제가 언니에게 기대기는 커녕 
오히려 제 어깨를 내주어야할만큼 지금 힘들어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오늘, ’인생이 뭐 이래?’ 라며 투덜대는 말을 달고 사는 저를
참 부끄럽게 만드는 암탉을 만났습니다.
바로 ’잎싹’ 이란 암탉이예요.

털이 다 빠져 앙상해진 목을 양계장 철망 밖으로 내밀고 바깥 마당을 동경하는 
암탉 한마리가 있습니다. 
이름은 잎싹. 
양분을 만들고 거름이 돼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아카시아 나무의 잎사귀가
부러운 마음에 스스로 잎싹이라 이름을 지은 암탉. 잎싹에게는 한가지 소망이 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알을 품어 병아리로 부화시키고 싶은
아주 작지만, 이루기는 힘든 꿈이요. 
알을 열심히 낳아봤자 주인이 다 가져가버리는 양계장 안에서는 
잎싹의 꿈을 절대 이룰 수 없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잎싹이 그토록 동경하던 양계장 밖, 즉 마당으로 나갈 기회가 생깁니다.
잎싹이 더이상 알을 낳지 못하자 
폐계라 해서 어느 구덩이에 다른 폐계와 함께 버려졌거든요. 
폐계중 살아있는 닭을 노리던 족제비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에서 
다행히 나그네라 불리우는 청둥오리 한마리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되고 
잎싹은 그날 헛간 식구들의 텃세와 멸시를 참은채 헛간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텃세에 헛간에서 쫓겨나게 되고 마당에서라도 살아보려 하지만
헛간 식구인 수탉 부부와 오리가족들, 문지기 개의 계속되는 텃세 탓에
그나마도 여의치가 않네요. 
자기를 옹호해줬던 나그네, 청둥오리마저 뽀얀 오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자 
잎싹의 외로움은 점점 깊어지고 
그러던 어느날, 청둥오리의 외마디 비명 소리를 듣고 잎싹은 더더욱 불안해지는데 
그때 잎싹의 눈앞에 잎싹이 그토록 품고 싶었던 알이 나타납니다.
더이상 알을 낳을 수 없는 잎싹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고
잎싹은 어미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 알을 자기 새끼인양 정성을 다해 품어주고
새끼로 부화시키는데 성공합니다.
비록 자신의 알은 아니지만 알을 품어 새끼로 부화시키는데 성공했으니
잎싹의 꿈은 최소한 절반쯤은 이루어진 셈이네요.  

양계장에 편히 앉아 주인이 주는 모이를 배불리 먹고 알만 낳아주면 되는 생활.
힘들게 먹이를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낯선 동물들의 습격을 받을 리도 없고 비 가려주고, 따가운 해도 가려주고...
그럭저럭 자신만 만족할 수 있다면
야생에 사는 동물들에 비해 참 편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잎싹은 이런 생활이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다네요.
왜일까요? 
철망 안에 있음 갑갑하긴해도 최소한 안전하고, 춥고 배고플 걱정은 없긴 하겠지만
자기의 소박한 꿈조차 이룰 수 없는 곳을 보금자리라 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주인 여자가 알을 가져갈때마다 잎싹은 가슴이 텅 비는 것 같았다. 
 알을 낳을때 뿌듯하던 기분은 곧 슬픔으로 바뀌곤 헀다. 
 발끝으로조차 만져 볼 수 없는 알, 
 바구니에 담겨 밖으로 나간 뒤에는 어떻게 되는지 
 알 수도 없는 알을 일 년 넘게 낳다 보니 잎싹은 지쳐 버렸다."
- "마당을 나온 암탉" P 12 中 에서 - 

주인이 알만 품을 수 있게 해주었다면 
잎싹은 굳이 위험한 마당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을겁니다.
마당 식구들이 텃세를 부리지 않았다면 마당을 나가지도 않았을테고요.
자기가 품어 부화시킨 오리새끼의 안전만 걱정되지 않았다면 
다시 마당으로 돌아오지도 않았을테고
힘들여 부화시킨 오리새끼의 날개 끝을 자르려는 주인 부부의 말만 듣지 않았어도
안전한 마당을 다시 뛰쳐나가지도 않았겠죠.
이처럼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고~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잎싹은 포기를 몰랐고 자기의 꿈을 이뤄냈을 뿐더러 
오리 새끼도 목숨 걸고 지켜냈고 
나중에는 자기를 업신 여기던 집오리의 존경까지 받게 됩니다.

잎싹은 두려워할지언정 좌절이란 단어를 모르는 듯 했습니다.
자기 알을 품어본적은 없지만 남의 알을 품으면서도 누구보다 따뜻한 모성애를 배웠고
모성애란 바로 이런 것이다 몸소 온몸으로 보여줬고요.
자기가 품었던 오리새끼가 다 커서 제 갈 곳으로 날아가는 걸 지켜보며 
’왜 난 진작 날아보려는 꿈을 꾸지 않았을까?’ 자조 섞인 말을 하는 잎싹을 보면서
자식 키우는데 그 고운 세월 다 흘려보내시고 
병든 몸만 남아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네요.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 작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마당으로 나왔고 자기 알은 아니지만 알을 품어 탄생도 지켜봤고 
그 새끼가 다 커 제 갈 길을 갈때까지 끝까지 보살펴줘 이제 제 할일 다 했다 생각했지만
정작 자기를 위한 소망 하나는 끝내 이루지 못한채 생을 마감한 잎싹의 삶이
우리네 어머님들의 그것과 닮아있어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남이 만들어준 삶에 자족하지 않고 불가능해보이는 꿈을 꾸어보고
그 꿈을 한단계 한단계 힘들게 일구어낸 잎싹을 영원히 잊지 못할거예요.
"꿈꾸는 자만이 꿈을 이룬다." 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꿈, 자유, 모성애 거기에 마음 깊은 울림을 주는 감동까지 
2000년 첫 출간이후 9년 세월동안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 책의 진가를
전 오늘에서야 알았네요.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이제라도 알게 돼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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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목욕탕
김지현 지음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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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화장기 없이 옷하나 걸치지 않은 채, 
자기 본래의 모습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곳,
더러워진 몸을 씻기 위해 들르는 그 곳, 목욕탕에서
세 과부가 모여 서로 자기 아픔(본모습)을 보여주고 
그동안 쌓인 상처를 서로 씻어주는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옥신각신, 티격태격,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지만...

결혼 3년차. 현욱과 미령은 각자 자기일에 몰두하느라 
서로에게 점점 소홀해지고 그게 힘들어 못견디게 될 즈음, 
떠나지 말았어야 할 여행을 떠났고 그 바람에
미령, 시어머니 박복남, 친정어머니 호순,  이 세여자의 지긋지긋한 싸움은 시작됐다.

서해로의 여행을 떠난날, 교통사고로 남편 현욱을 잃고 
3개월간 의식불명이었다 깨어난 미령. 
교통정보센터에서 프리랜서 리포터로 일하고 있는 미령은 깨어난후 
아직 남편을 잃은 충격과 사고 후유증만으로도 버거운데
말도 없이 미령의 전셋집을 팔아버린 시어머니 박복남 때문에 
반지하 방 하나에서 친정어머니 정호순과 답답한 생활까지 하게 된다.

바람난 남편과 이혼후 아들 현욱을 홀로 키우며 
30년간 목욕관리사, 소위 때밀이를 하고 있는 시어머니 박복남은 
현욱 생전에도 아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을뿐더러
외아들 현욱의 죽음도 별로 슬퍼하지 않는 듯 보이고
그저 앉으나 서나 돈돈돈. 돈만 밝히는 여자로 보였다.

개마고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너무 큰 엉덩이 때문에 
늘 놀림받기 일쑤였던 미령의 친정어머니 호순은 
호순의 엉덩이에 반한 남편 남철을 만나 가난하지만 알콩달콩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철거명령이 떨어진 아파트에서 살다 아파트 난간 일부가 무너지며 떨어진 돌이
남편의 정수리를 찍는 사고로 남편을 잃은뒤 
하루종일 뻥을 치는 것이 유일한 낙이자 삶 자체가 돼버렸다. 
엄마도 과부인데 딸 미령까지 과부가 됐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거기다 딸과 사위의 교통사고 보험금에 전세금까지 가로채간 
얄미운 사돈 복남 집에 얹혀살게 됐으니 
아무리 사돈네 쌀을 축내러 갔다지만 밤낮으로 그 밉상을 봐야하니 
아무리 속좋은 호순씨라 해도 속이 바글바글 끓다못해 넘쳐났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갑작스레 툭 튀어나온 이구아나가 
그것도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생김새도 기이하고 따뜻한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다
우툴두툴한 감촉, 거기에 건강하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건강치도 못해서
미령이 동물병원에 데려가게 하질 않나
미령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 그 징그러운 발톱으로 미령의 허벅지를 긁어놓기 일쑤다.
도대체 이쁜 구석이라곤 없어보이는 이구아나를 그것도 일부러 찾아내
동물병원에 데려가고 복남의 목욕탕에 몰래 숨겨 들어가 온욕을 시켜주고
대체 뭔 생각일까 의구심이 들다가 문득 이구아나가 
자식이나 며느리의 안위따위는 눈곱만치도 관심없는 듯한 차디찬 시어머니 박복남,
이도 아니면 아내가 유산한줄도 모르고 밤새 정신없이 CD를 구워대던 
이기적인 남편 현욱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남편을 잃고 얼마나 상심했는지, 자기가 아이를 잃고 얼마나 절망적인지
도무지 관심 없어보이는 복남과 현욱.
차디차고 도무지 이쁜 구석이라곤 없는 이구아나가 
미령의 허벅지에 계속 상처를 내는데도 
그 모든걸 감내하고 자기의 따뜻한 치마 속을 계속 내주었듯이
이구아나와 다를바없는 차디찬 복남과 현욱이 미령을 아무리 상처준대도
미령의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안아주고 
그들의 아픈 맘을 보듬어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런지~
생전에 꽃게탕을 유난히 좋아했던 현욱에게 
꽃게탕 끓여주는걸 지긋지긋해했던 걸 미안해하면서
이구아나에게 칼슘제를 먹이고
미령 때문에 외로워했던 현욱에게 미안해하면서
이구아나에게 온욕으로 몸을 덥혀주는건 아니었을까? 

이 책의 백미는 
온몸에 피멍이 든 복남의 옷을 벗기고 사돈 호순이 복남을 씻겨줄 때였다.
평생 한번도 울지 않을 것 같던 복남이 호순의 손길이 닿자
펑펑 울음을 쏟아내는 소리가 어찌나 서럽게 들리던지
’아무리 남편이 바람 피고 자식이 살갑게 안대했다 해도 그렇지.
 어쩜 저렇게 사람이 차가울 수가 있을까?’ 
내내 곱지 않게 보았던게 못내 미안할 지경이었다.
남의 때는 시원하게 벗겨내도 
자기 때는 누구 하나 밀어주지 않았던 복남의 때를, 아니 상처를 호순이 벗겨주자 
봇물 터지듯 솟구치는 그녀의 울음이 안타까웠다.

억지스럽지 않은 해피엔딩.
사실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엔 세 여자의 현실이 좀 답답했지만
미령, 복남, 호순이 서로의 아픔을 지금처럼만 보듬어주고 서로를 의지하고 산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그들의 행복을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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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보낸 초대장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5
유지은 지음, 조수경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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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의 소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중 하나가 바로 도깨비입니다.
이야기 소재로 자주 쓰이는만큼 도깨비의 생김새도, 됨됨이도 가지각색이죠?
혹에서 좋은 노래가 나오는 줄 알고 비싼 값에 혹을 사서 
자기 얼굴에 붙이는 어리석은 도깨비들도 있고 
호박범벅을 무진장 좋아하는 식탐 도깨비들도 있고
새경을 못받아 속상해하는 머슴 아저씨를 위해 
새경 안준 못된 부자네집에서 똥을 열심히 퍼날라다준 
기특한 도깨비들도 있고 말이죠.
그렇다면 도깨비가 보낸 초대장에 나오는 도깨비들은 어떤 도깨비일까요??
도깨비가 보낸 초대장에 나오는 도깨비들은 
그야말로 천방지축 말썽쟁이만 쫓아다니며 구경하길 즐기고
뭐 말썽 부릴 것이 없나 사방팔방 눈알을 굴려대는,
말그대로 장난꾸러기 도깨비 삼형제랍니다. 

학교에서 제일 가는 장난꾸러기가 있는 반 , 그 교실 밑에서 사는 도깨비 삼형제는
지금은 이 학교 최고의 장난꾸러기 박승우를 따라 2학년 3반 교실 밑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3학년이 된 승우를 따라 
승우가 배정받은 3학년 1반으로 이사를 가게 된 도깨비들은
1년간 자기들을 즐겁게 해준 2학년 3반 아이들과 헤어지는게 아쉬워서
아이들 앞에서 변신도 하고 쇼도 하고 맛있는 것도 대접해주면서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깜짝 파티를 열어줍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도 잠시,
3학년 1반, 승우네 새 담임선생님은 다른 학교에서도 유명할만큼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이시라지 뭐예요.
장난꾸러기에 지각대장인 승우는 당연히 새 선생님께 만날 혼나기 바쁩니다.
도깨비들은 그런 승우를 안타까워하고 덩달아 우울해보이기까지 하네요.
그런데 담임선생님 성함이 오중도?
도깨비 삼형제는 승우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오중도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네요.
오중도?오중도?
도깨비들이 선생님 성함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
앞으로 어떤 재미난 일이 펼쳐질지 짐작이 가시나요? ^^

제가 어렸을때만 해도 도깨비하면
도깨비 방망이 아님 머리에 뿔 하나 달린 못생긴 도깨비만 생각났었는데
요즘은 정말 다양한 도깨비들이 등장해서 우리 아이들을 정말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 책에 등장한 도깨비 삼형제는 
비록 말썽꾸러기들이지만 도저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정 많고 웃음이 많은 도깨비들이었답니다.
아이들과 헤어지는게 아쉬워 자기들의 재주를 십분 발휘해서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못할 재미난 파티를 열어주기도 하고
벌 서는 승우가 심심할까봐 옆에서 같이 벌을 서주는가하면
때로는 정말 재밌었던,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도 해줍니다.

저 역시 도깨비들 덕분에 예전에 제 초등학교 시절, 
학원시간 걱정 없이 저녁 먹을때까지 지치도록 놀았던 추억이 떠오르더라구요.
남자아이랑 저랑 구슬 따먹기를 했는데 제가 계속 이기니까
남자아이가 자기 집에 있는 구슬을 몽땅 가져와서는 자기가 다시 다 따먹을때까지
지겹도록 계속 하고 또 하자고 해서 학을 뗀 적도 있었고
털이 부숭부숭한 송충이를 나뭇가지에 올려서 절 골려주려던 남자아이들이 얄미워서
여봐란듯이 나뭇가지 위에 올려진 송충이를 덥석 집어 들고 
제 행동에 기겁해서 도망가는 남자아이들을 열심히 쫓아갔던 기억도 나네요. ㅎㅎ

이 책은 꼭 부모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도깨비들의 장난을 보고 있자면 
부모님들은 예전에 지치도록 뛰어놀았던 당신들의 어렸을적 추억이 떠올라 
지금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안쓰러운지 뒤돌아보게 되실 것 같거든요.
우리 아이만 뒤처지게 놔둘 수는 없기에, 또 나중에 후회될 일은 할 수 없기에 
학원을 보내고 예습에 복습까지 시키는건 저 역시 엄마된 입장에서 어쩔 수 없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요즘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지 못해 답답해하는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더라구요.
아무리 바쁘고 힘드시더라도 주말에라도 짬을 내셔서 
엄마, 아빠도 잠시나마 아이로 돌아가 
아들,딸과 신나고 재미나게 놀아주시면 어떨까,
그래서 잠시나마 무서운 부모가 아닌 친구가 되주시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갖게 해준 책이었어요. 

처음에는 말썽꾸러기인줄만 알았더니
친구들 속상한 마음도 두루 헤아려줄줄 알고 엄마, 아빠한테 깊은 깨달음까지 주는 
정말 멋진 도깨비 삼형제와의 소중한 만남이었습니다.
아이와 꼭 같이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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