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의 의지 - 모든 가치의 가치전도 시도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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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새롭게 번역본을 내어주신 이진우교수님과 출판사에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읽다읽다 너무하다 싶은 부분이 너무 많이 만나다 보니 차라리 보지 말 걸이란 생각이 자꾸 들게 만드는 수준의 번역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281쪽 326번의 첫 두 문장은 이렇다. 

덕은 악덕만큼이나 위험하다. 사람들이 덕을 외부로부터 권위와 법으로서 자신들을 지배하게 놔두고 권위와 법을 자신에게서 우선 만들어내지 않는 한 그렇다. 


두 번째 문장은 비문이다. 뒷부분의 '만들어내지는'의 객체가 권위와 법인가, 덕인가? 문맥상 덕이어야 하는데 권위와 법을 만들어내야 하는 걸로 읽힌다. 

참고로 청하에서 나온 번역본(강수남 번역)은 해당 부분을 이렇게 옮겼다. 


덕은, 사람이 그것을 권위나 율법으로서 외부로부터 우리를 지배하게끔 맡겨, 자기 자신 속에서 먼저 그것을 낳지 않는 한, 악덕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번역투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는 편안한 번역보다, 이해할 수 있는 번역투가 훨씬훨씬훨씬 읽어내는데는 낫다.


책을 산 고객의 불만이라기 보다 책을 읽어내는 시민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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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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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문장만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용에게 공주가 잡혀가는 게 /정/설/인데, 공주가 용이라니.
저자는 왕자 혹은 기사가 용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하는 서사를 다른 방식으로 읽어낸다. 한 인물에는 다양한 캐릭터(용+공주)가 잠재되어 있는데, 용과 같이 이 세상을 위험에 빠트릴(거라고 여겨지는) 요소는 제거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세상에 순응하는 (통상적인) 공주적인 요소만을 인정하는 걸, 공주를 구하는 서사로 드러난 것이란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할 거다. 나 또한 샤방샤방한 공주는 반갑고 같이 있고 싶지만, 사납고 길들이기 어려운 용은 물리쳐야 할 대상이지 같이 있고 싶은 존재는 절대 아니라고 여긴다. 그런데, 만일 그 둘(둘 뿐일까?)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면 어쩔? 달달한 것만 빼먹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결코 그런 것은 가능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런 세상을 부여잡고 싶은 치기는 버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용을 어떻게 하지? 조이스 선생님은 <데이지 공주와 수수께끼 기사>의 이야기를 통해 용을 대하는 방법을 일러준다. 몸에 영양을 주는 우유, 지식을 일러줄 책, 관용과 이해를 전달하는 방식인 안아주기. 이 셋을 충분히 제공받는 용은 내면의 부정적인 힘을 드러내는 괴물이 되지 않고 여왕이 되어 세상을 다스린다고 한다. 집에 두 용과 같이 사는 나로서는 정말 유용한 꿀팁이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너무 이론적이지도 않다. 그리고, 마냥 이야기로만 되어있어 재미로만 읽히게 하지도 않았다. 그림책을 이렇게 읽어낼 수 있는 역량으로 글을 풀었으니... 정말 밭에 내리는 단비 같은 책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딸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인데... 어떻게 하면 읽을까? 아이가 읽는 책들 사이에 놔두는 방법 말고는 아는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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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박권일 지음 / 이데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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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일님의 한국의 능력주의를 읽었다.
초판1쇄를 사두고 하던 공부에 밀려 이제야 읽었다.

내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 얼마나 공감하느냐 자문했을 때, 책에서 나오는 '교양주의'와 얼마나 비슷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에 대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뭔가 불편했던 지점이 있었는데 저자는 그 문제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카데믹하게 다루면서 정리를 해줬다. 거칠게 한 마디로 요약하면,
'문제는 공정이 아니야, 불공평이 문제란 말이야!'
정도가 되겠다.

우리나라는 형식적 민주주의는 발달했으나, 효과적 민주주의의 발전은 지체되고 있고, 이는 엘리트의 고결성이 낮은 부분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엘리트의 탓으로만 돌리기도 애매한 것이, 저자는 그람시를 호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떤 지배-피지배 관계도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배자의 지배가 유지되려면 강제력만이 아니라 피지배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동의는 피지배자가 순전히 기만당했음을 뜻하지 않으며, 일정한 물질적 충족 위에서 피지배자가 지배자의 이데올로기를 능동적으로 체화한 결과다. 능력주의도 마찬가지다. 능력주의를 내면화한 대중은 지배 집단의 능력주의 선동에 일방적으로 세뇌당하거나 속아 넘어간 게 아니다. 대중은 주체적으로 능력주의를 받아들였고 스스로가 능력주의의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 또 가해자가 됐다. (220쪽)

우리가 이런 사태에 동의하고 있지 않냐고... 개별적으로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니, 나 개인적으로도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이건 아니야'라고 큰 소리로 발언하지는 않고 있으니까... 말이다. 편승은 쉽지만 앞서 달리는 것은 나도 저어하니까...

'그렇다면, 그 불공평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저자는 아래와 같이 쓰고 있다.

능력주의의 대안을 제시하려면 능력주의의 개념적 한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 특히 능력주의가 당연시하는 전제들, 이미 상식이 되어 불변의 자연적 조건처럼 보이는 사실들을 모두 의심해야 한다. 그 상식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때, 비로소 대안은 현실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능력주의의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불평등을 판단하는 더 정의롭고 효과적인 원칙을 마련해 정당하지 않은 불평등을 실제로 해소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능력주의의 대안은 곧 불평등의 대안’이며,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크고 작은 특권들을 해소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요컨대 능력주의 대안의 주된 기조, 큰 방향은 특권의 해소여야 한다.
이를 정치의 언어로 번역하면 권력의 분점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과 법원의 전횡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초헌법적 사면권을 포함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축소하며, 특정 계급의 이익을 주로 대의하는 의회 권력의 대표성 왜곡을 교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대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며, 플랫폼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 등 방치되어온 노동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의 광범위한 사회개혁 프로그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실현해가는 과정이 바로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효과적 민주주의로의 이행, 다시 말해 실질적 민주화다. (251쪽)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 원론적이라 약간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런 것에서 '정답'을 찾겠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너무 게으르고, 약자적이다.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야지, 따라갈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공리주의, 평등주의, 자유지상주의 세 가지 중에 단 하나만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더 많은 옵션이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조건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만을 나도 따라할 수 밖에 없다.
각론은 하나씩 만나면서 만드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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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모자가 하고싶은 말 - 꽃 같은 말만 하라는 세상에 던지는 뱀 같은 말
조이스 박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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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ce Park님의 빨간 모자가 하고 싶은 말 을 읽었다.
1. 라푼젤의 이야기에서 탑과 정원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한 개인의 내면세계를 나타낸다고 말이다. 그제서야 니체가 갑자기 황금격자 울타리가 쳐진 정원을 들먹였는지 이해가 갔다. 도움이 되는 책이다.
2. 또 다른 공주의 이야기는 새로왔다. 저자에겐 이런 이야기가 또 있지 않을까?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 다음 번엔 이런 이야기로 책이 나오길 바라본다.
3. 예전부터 왜 모두 공주 왕자 이야기인가라고 생각했었다. 왕자 공주만 이 세상에 사는 것이 아닐텐데라며 말이다.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우주에서 중심인물이라는 것을. 자신이 겪는 모든 것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고귀한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러니 모두가 왕자 공주인 것이다.
4. 여기 나오는 상징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훈련/학습을 통해 익힌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대단하다고 느끼며 부럽기까지하다.
5. 암튼 재미나게 잘 봤다. 모초록 많이 팔려야 다음 책을 기대할 수 있을테니... 대박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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