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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ㅣ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차가운 밤은 1944년에 쓰기 시작하여 1946년 말에 완성한
작품으로, 바진 최후의 장편소설이다. 그 당시 중국은
아주 혼란한 시대였다. 1931년 이후로 중국과 일본 두나라
사이에 간헐적으로 교전이 있었는데, 1937년 이전에는 양쪽이
소규모, 지역적, 다양한 이유로 전투를 벌였다.
1937년 이후로 두 나라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일본의 항복과 함께 1945년에 전쟁은 종결되었다.
바로 이 전쟁 속에서 바진은 소설을 쓰고 완성해냈으며, 그 시대의
시시각각 변하는 중국의 모습을 한 지식인의 가정에 빗대어
전쟁이 초래한 빈곤과 사상의 대립으로 파멸되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왕워쉬안, 그는 늙은 어머니와, 아들, 정식으로 혼인하지 않은
아내와 살고있었다. 그는 대학교육도 받고, 미래의 교육사업을
설계했었지만 전쟁은 그에게서 지금껏 해왔던것을 모조리
빼앗아가버렸다.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집안의 가장인 왕워쉬안은
어깨가 점점 무거워진다. 마찬가지로 그와같은 대학교육을 받고,
좀더 현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있던 그의 아내, 이른바 신여성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고지식하고 가부장제도의 전통을 깊게 간직한
그의 어머니, 아내와 그의 어머니는 하루가 멀다하고 항상 다투게
된다. 그 사이에서 왕워쉬안은 갈피를 잡지못한채 우유부단한
자세로 일관한다.매일같이 울리는 경계경보까지 더해서 그의
생활은 불안함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의 아내도 그와 마찬가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녀도
하루하루 생활하는게 쉽지 않았다. 따뜻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집,
선량하나 유약하고 병든 남편, 극히 이기적이고 완고하며 보수적인
어머니, 싸움과 질시, 적막과 빈곤, 전쟁 중에 사라진 청춘,
자신이 추구했으나 날아가 버린 행복, 어두운 앞날, 이 모든것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어느 날, 왕워쉬안은 아내가 다니던 은행에서 인사발령이 난것을
알게되고 그는 아내를 너무도 붙잡고 싶었지만 다른곳으로 보내고
만다. 그후로 앓고있던 병이 더욱더 악화되어 결국에는 마지막을
맞게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즈음 일본과의 전쟁도 승리로
끝나게 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여전히 변한게 없었다. 전쟁이라는게 없었더라면 그들의 가정은 평안할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들이 배운 교육을 사회에 전하면서 행복한 가정이 되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시어머니도 그런 전쟁속이 아니었더라면 좀더 며느리를 이해하고
살갑게 대해줄 수 있었을텐데, 전쟁이라는 것이 정말 사람들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다. 안락한 삶을 꿈꿔온 그들의 가정이 파국을 맞게되어 참 안타까웠다.
모두들 전쟁만끝나면 좋은 세상이 오고, 고향으로 돌아가
잘 살수있을줄 알았는데, 전쟁이 남기고간 여파가 너무도 컸던
것이다. "승리는 그들의 승리지, 우리의 승린가." 이 한마디가
모든것을 함축하고 있는듯했다. 빈곤, 실업, 질병, 이별, 다툼,
이 모든 것들은 무서운 전쟁으로 조성된 것이고,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 역시
이 전쟁때문이라는 점을 이 작품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