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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를 위한 한글 레터링
이수연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6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글자는 참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한다. 타이포의 범위에서 보나 문장을 이루는 국문의 영역에서 보나 다방면으로 복잡하고 이해가 힘들다. 특히 디자인을 할 때면 글자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법인데 나는 그 글자 때문에 골 아픈 상황이 제법 많았다. 예전에는 시간을 내어서 레터링 디자인을 하는 수업을 받아본 적이 있다. 결과물은 그때 당시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나왔지만 지금 보면 조잡하기 짝이 없다.
온라인으로 주문제작 스티커를 만들어 주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글자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해졌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한글과 영문으로 자신만의 타이포나 레터링을 만들어서 상품화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이 쪽 분야로 공부해 볼 가치가 충분히 높아 보였다.
그래서 찾아보게 된 책이 바로 '디자이너를 위한 한글 레터링'이다. 책의 느낌은 이론서와 작법서 등을 합해 놓은 미니 참고서 느낌이다. 흔히 레터링이니 타이포니 하는 단어들의 뜻을 정리해주어서 이제서야 명확한 개념을 알 수 있었고, 한글을 폰트화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알게 되었다.
영문의 폰트 한 세트는 95자, 심벌 985자, 한글은 무려 2350자다. 여러가지 기호나 심벌로 사용하는 폰트보다 2배 이상 많아서 정말 놀랐다. 이렇게까지 수가 많은 이유는 바로 한글의 조합성 때문이었다. 글자 하나에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누어져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며, 이 조합들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저 있다. 실제로 모음들만 따로 결합해서 합해 놓은 것을 보면 그 수가 어마어마 했다. 폰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글자들의 조합을 모두 하나씩 만들어 내야 했고, 글자들이 모여 단어나 문장이 되었을 때 서로 어울리거나 가독성이 좋도록 수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보니 엄청난 시 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했다. 물론 사용하지 않는 글자들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만드는 글자는 더 적겠지만 폰트를 만드는 것을 절대 허투루 보면 안되었다. 지금도 폰트를 무료로 제작하고 공유해 주는 여러 업체와 개인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아무튼 이렇게 개념적인 설명 외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참 많았다. 레터링을 위해 여러 데이터 베이스를 많이 쌓아두어야 한다는 점과 '문자'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글자로 표현할 '주제'에 집중해야 하는 점. 그리고 레터링을 제작할 때에는 느낌대로 제작하는 것과는 멀다. 주제에 맡게 여러 갈래로 표현 방법을 연구하고 글자들의 구성과 형태를 테스트하면서 최적의 모양을 만들어 내는 개발과 비슷하다.
중반까지는 이론과 방법을 알려주고, 그 이후로는 실제로 실습도 해볼 수 있는 페이지가 쭉 이어져 있다. 이 책의 순서에 따라 읽고 연습하면 꽤 괜찮은 결과물의 폰트나 레터링 디자인이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