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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 각자의 현실 너머, 서로를 잇는 정치를 향하여
권성민 지음 / 돌고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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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 읽고 곧장 예능까지 정주행하고 왔어요, 정치와 갈등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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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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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해부학 기록은 기원전 3000년경에 쓰여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이다. 전쟁터에서 얻은 상처에 대한 치료법을 기술하고 있으며 주술이나 미신이 아닌 관찰과 실습에 기반을 둔 치료 중심의 철저한 실용서이다. 


고대 그리스의 알크마이온은 정맥을 따라 체액이 흐르고 있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체액의 균형을 유지해야한다는 개념이 처음으로 주장했다. 흙, 공기, 불, 물로 이루어진 4체액설은 2000년 동안이나 의학계를 지배했다. 알크마이온보다 한 세기쯤 늦게 활동한 히포크라테스는 명실상부한 의학의 아버지이자 선구자로 그의 이름을 딴 히포크라테 선서는 최근까지도 의사의 실천 강령을 정의한다. 히포크라테스 추종자들에 의해 견인력을 얻은 개념인 보이지 않는 생명의 힘 '프네우마(정기)'가 생명현상을 유지한다는 믿음 역시 오랫동안 희학계를 지배했다.


근대 의학의 선구자 칼레노스는 검투사들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몸속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다. 그들의 상처를 '몸속을 들여다보는 창문'이라고 묘사했다. 뛰어난 의학적 재능으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부름을 받아 로마에서 활동하며 폭넓은 의학적, 철학적 주제를 룬 서적들을 유산으로 남겼다.  


중세에 들어서며 해부학은 철학에서 과학으로 발돋움한다. 15세기 유럽 볼로냐를 시작으로 점차 의과대학에서 인체 해부가 합법화 되었다. 사형된 죄수의 수는 한정적이었고, 의과대학 학생들은 직접 시신을 구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스승을 대신해 무덤을 판 네 명의 볼로냐대학교 학생이 기소 되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갈레노스의 권위에 맞서는 도전이 일어났으며 훨씬 자세하고 명료한 원근법으로 그려진 해부도가 등장한다.


해부학의 예술적, 의학적 걸작이 탄생한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해부학자는 신체기관과 기관계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추구했지만, 예술가들은 초상화의 진실성을 갈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와 조각가들은 해부학이 인간의 겉모습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보였다.'(p.126)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489년에 처음으로 두개골을 구입했고, 1507년에 인간의 몸을 해부했다. 다빈치는 왁스로 뇌실의 주형을 만들어, 전통적인 해부 지식과 달리 그 안에 체액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척추를 올바르게 연구했고, 골격의 근육에 사로잡혔다. 르네상스의 중심지 피렌체에서 자란 예술가 미켈란젤로 역시 해부학을 파고 들었다. 미켈란젤로의 해부학 지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며, 설득력 있는 인체 묘사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해부학은 병과 죽음을 극복하려 했던 인류의 서사다. 고대 이집트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약 5000년 동안 해부학자의 서재를 지킨 150여 권의 책을 통해 해부학의 역사를 톺아볼 수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를 수놓았던 예술가들이 해부학에 열정적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이완, 수축된 근육들의 표현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었을 텐데. 


<해부학자의 세계>를 읽는 내내 마음 한편에 부채감이 들었다. 차가운 슬레이트 위에서 사라져간 이들에게 빚을 졌구나. 사건, 사고 없이 안온한 하루를 보내고 이렇게 책을 기록하는 시간이 새로이 느껴진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큰 울림을 주는 책. 내일의 나를 잘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
'부유하고 권력 있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과학의 발전을 내세우며 해부를 지지했다. 자신의 몸이 난도질당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업장에서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시신은 가족이 장례조차 치러줄 수 없는 빈곤한 사람의 것이었다. 해부학법의 예기치 않은 결과는 망자의 주검에 대한 굴욕스럽고 경멸적인 공개 해부를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만든 데 있었다. 해부는 더 이상 범죄에 대한 형벌이 아닌 가난한 죄에 대한 형벌이 되었다.'(p.326)

'당신이 이름 모를 시신 위에 허리를 숙이고 딱딱한 메스의 칼날을 들이댈 때, 그 몸은 두 영혼의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임을 기억하라. 그는 그를 가슴으로부터 아끼고 보호한 사람의 믿음과 희망으로 키워졌다. 어린아이였을 때, 젊은이였을 때, 그는 당신과 같은 꿈을 꾸며 미소 지었다. 그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며, 행복한 내일을 희망하고 소중히 여겼고, 먼저 떠난 이들을 그리워했다. 이제 그는 이 차가운 슬레이트 위에 그를 위해 눈물 한방울 흘려줄 이 하나 없고, 기도해줄 이 하나 없이 누워 있다. 그의 이름은 신만이 아실 것이다. 그러나 거침없는 운명이 그에게 인류에게 봉사할 힘과 위대함을 주었음을 기억하라.'(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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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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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동물이다. 제 안에 다른 동물들을 담고 있으면서 또 다른 동물들, 기슭에 와서 목을 축이는 퓨마와 물수리 같은 또 다른 동물들의 생존을 돕는다. 요컨대 강은 인간보다 오래 살았고 댐과 오염과 수로의 건설을 견뎌내고 어떻게든 계속 흘러간다.'(p. 359)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배리 로페즈는 1945년 뉴욕주 포트체스터에서 태어나 2020년 75세의 나이에 암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55년이 넘는 세월 동안 80개여 개 나라를 여행하면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배리 로페즈 사후에 출간된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이다. 어린 시절의 담담한 회고와 남극의 빙하와 북구의 산기슭을 오가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과 중국의 산봉우리를 걸으며 길어올린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글은 자연과 장소, 인간과 풍경에 대한 정직하고 탐구적인 질문을 던진다.


p. 17
'주의'라는 단어는 '주의를 기울이다'라는 주로 쓰일 때가 많고, 이때 기울인다는 건 '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당신은 주의를 내어주고, 그 과정에서 기쁨과 앎으로 돌려받는다. 배리는 배움을 경건하고 가슴 떨리는 사명으로 묘사했다.


리베카 솔닛의 서문처럼 그가 지닌 인간과 장소를 대하는 특별한 태도가 돋보인다. 인간과 대지가 연결되어 있음을 의식하고 일평생 자신을 사로잡았던 주제에 천착해 글을 써왔다는 것을 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소제목 '강'으로 묶인 5편의 에세이가 인상적이었다.


p. 359
강에서는 한밤중 바닥에서 난데없이 달가닥달가락 자갈의 움직임이 들리고, 빗줄기가 수면을 두들겨대는 소리가 들리며, 내리는 눈을 조용히 수용하는 묵묵함이 들린다.


페이지를 넘기고 있노라면 끝없이 이어지는 강의 물줄기와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담백하고 아름다운 표현에 밑줄을 그으며 나의 어린 시절을 겹쳐본다. 집 근처 실개천에서 잡은 올챙이, 유난히 새빨갛던 하굣길 노을, 할머니 집 마당에 놓인 빗물 담는 커다란 고무 대야, 빨랫줄에 널린 색색의 양말 같은 장면. 이런 기억은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아름다움의 조각들이다.

문득 입이 쓰게 느껴진다. 집과 회사를 반복하는 생활 속에 아름다움이 있을까, 작가가 예찬하는 자연의 광활함을 살면서 볼 날이 있을까. 숲과 평원, 사막과 얼음 위를 걷던 그의 시간들은 천금보다 값진 경험일 것이다.

치열하게 사는 만큼, 치열하게 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요즘이다. 흘려보내는 시간 속에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그 작은 조각들이 모여 반짝반짝 찬란하기를 기대하며.


p. 76
아침이면 우리 지붕마루에 앉아 공기가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던 새들을 보며 나는 이해했다. 이들은 빛이 있어 행복하구나. 새들에게는 날개 밑으로 보이는 땅바닥이 밤새 달려졌다고 낙심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무엇을 마주치든 그것이 그들의 비행에서 활기와 아름다움을 앗아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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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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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못 다한 내면의 이야기와 다정한 시선, 책으로만 전할 수 있는 정제된 표현들이 줄어드는 게 아까워 한 장 한 장 아껴 읽었다.


아침부터 울어대는 옆집 강아지와 주인에게 화내는 대신 귀마개를 꺼내들고 사정을 헤아려 보는 일. '육지에 사는 포유류의 90% 이상이 인간과 가축이 된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자문해 보는 일.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영상을 찍고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는 일. 기꺼이 시간과 인내심을 기울여 예술을 향유하는 일.

어떤 글에선 책을 소개하다 별안간 벅차오른 감정에 한 박자 늦게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또 다른 글에선 어두운 조명 아래 자기혐오의 시간을 담담히 꺼내 보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비건 제품을 소개하고, 쇼팽을 연주하고, 독일어 학습지를 푸는 모습. 무엇보다 춤! 춤을 추는 영상을 보고 어느 독자가 "약간 깼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 나는 규정되지 않는 물고기처럼<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그의 한계 없음에 뻐렁침을 느꼈더랬다. 친구에게 겨울님을 소개하며 "이분은 북튜버인데 글도 쓰고 독일어도 하고 춤도 추고 숏컷에 머리색 착붙이지 않냐고 심지어 이름도 김겨울이야" 주접을 떨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해."


"깼다"라는 표현은 '카프카적'으로 얘기하면 칭찬이니까. 겨울님의 도끼질과 지옥에 갈 때 가더라도 글은 다 쓰고 갈 거라는 굳은 의지에 응원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시를 붙이며.




📍
얼음의 온도 _허연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람은 한명씩 있다
너무 쉽게 잊기엔 아쉽고
다시 다가가기엔 멀어져 있는 그런 사람

얼음은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너에게 빠지는 일,
천년을 거듭해도 온도를 잊는 일, 그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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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지음 / 책발전소X테라코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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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물성에 매료되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색이 담겨 있다.

단순히 책을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작가의 고민과 경험이 어우러져

편안하고 따스한 여운이 남는다.

손으로 쓴 편지를 닮은 글이다.


좋아하는 책이 나오면 반가움이,

(처음 책은 <그리움의 정원에서>

내가 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책이다)

낯선 책엔 호기심이 생긴다. 덕분에

구매 리스트에 추가된 책이 가득이다.



큐레이션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책 이상의 무언가를 함께 받아든 기분이 든다.

기쁨을 발견하길 바라는 사려 같은 것.


동네 서점이 잘 됐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책이나 읽어볼까, 가볍게 들어갔다가

책의 세계에 풍덩 빠져들어도 좋고

우연히 발견한 '내 작가'에 한껏 들떠도 좋을 것이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면

북큐레이터가 안내하는 책을 따라

함께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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