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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영상으로 못 다한 내면의 이야기와 다정한 시선, 책으로만 전할 수 있는 정제된 표현들이 줄어드는 게 아까워 한 장 한 장 아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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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울어대는 옆집 강아지와 주인에게 화내는 대신 귀마개를 꺼내들고 사정을 헤아려 보는 일. '육지에 사는 포유류의 90% 이상이 인간과 가축이 된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자문해 보는 일.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영상을 찍고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는 일. 기꺼이 시간과 인내심을 기울여 예술을 향유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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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에선 책을 소개하다 별안간 벅차오른 감정에 한 박자 늦게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또 다른 글에선 어두운 조명 아래 자기혐오의 시간을 담담히 꺼내 보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비건 제품을 소개하고, 쇼팽을 연주하고, 독일어 학습지를 푸는 모습. 무엇보다 춤! 춤을 추는 영상을 보고 어느 독자가 "약간 깼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 나는 규정되지 않는 물고기처럼<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그의 한계 없음에 뻐렁침을 느꼈더랬다. 친구에게 겨울님을 소개하며 "이분은 북튜버인데 글도 쓰고 독일어도 하고 춤도 추고 숏컷에 머리색 착붙이지 않냐고 심지어 이름도 김겨울이야" 주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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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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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깼다"라는 표현은 '카프카적'으로 얘기하면 칭찬이니까. 겨울님의 도끼질과 지옥에 갈 때 가더라도 글은 다 쓰고 갈 거라는 굳은 의지에 응원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시를 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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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의 온도 _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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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람은 한명씩 있다
너무 쉽게 잊기엔 아쉽고
다시 다가가기엔 멀어져 있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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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은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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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빠지는 일,
천년을 거듭해도 온도를 잊는 일, 그런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