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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 지음, 송소민 옮김 / 알마 / 2012년 1월
평점 :
세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세계화해진다
이렇게 세계가 지구촌이 됨에 따라 거대 다국적 기업(콘체른)이 많이 생겨났다.
콘체른이란 서로 다른 업종에 속하는 다수 대기업이 자본적으로 결합한 종합적인 기업그룹을 의미한다.
아디다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명 메이커 회사들이 대표적 콘체른이다.
세계 국가들을 국내 총생산(BIP) 순으로 나열했을 때 100위 안에 들어가는 콘체른 수가 국가 수에 못지않다. (p.43 참조)
22위 월마트, 23위 엑손모빌, 37위 제너럴모터스, 39위 도요타, 84위 까르푸, 94위 HP, 그리고 99위에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이 올라있다.
이 표는 다국적 기업이 한 나라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기업의 존폐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에서조차 기업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할 때, 기업에서 반대하며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겨버리겠다고 위협을 한다면, 그 뜻을 관철할 지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콘체른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했다는 뜻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반대로 거대 기업 때문에 수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으며 지역경제가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멀리 보지 않아도 지역의 큰 마트가 들어서면 주위 재래시장이나 상권이 다 죽어버리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식량은 넘쳐나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을 개척해서 만든 농지에서 생산되는 옥수수나 콩은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가축들에게로 간다.
부자들이 먹을 고기를 위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기아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아이들은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콘체른과 그들의 정부, 그리고 자원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내전이나 기아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살해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세상이 불공평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가난한 자의 것을 빼앗아 부유한 이들의 재산을 더욱 불려주는 것을 용인하는 것에 있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돈을 가지지 못하거나 적게 가진 사람들을 일하게 한다는 뜻이다.
아디다스 운동화가 유럽에서 100유로에 팔리고 있을 때, 중국이나 베트남의 재봉사는 겨우 40센트만 받을 수 있다. 신발값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용은 겨우 0.4퍼센트인 셈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메이커 제품들, 신발이나 옷, 가방들이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노예처럼 일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면, 인도의 어린 소녀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선뜻 그 제품을 사지 않게 될 것이다.
합리적인 쇼핑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로하스, 로푸드, 공정무역을 통한 소비, 지역농산물 구입하기,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구입하기, 나쁜 기업에서 만든 제품 피하기 등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이런 일들도 필요하긴 하지만, 자신의 양심을 편하게 하기 위한 이기적 목적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
나는 이런 생활을 하고 이런 소비를 하니까,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 아니잖아? 하는 마음의 위안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책 끝에는 업종별 콘체른 기업을 '일부' 소개하고 있다.
아디다스, 애플, 바이엘(의약품, 농약), 코카콜라, 월트디즈니, 엑손모빌, 마텔(바비인형), 맥도날드, 마이크로소프트, 몬산토(유전자조작 종자, 농약), 네슬레, 노키아 등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려진 기업들이 다수이다.
개개인이 이들 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저자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고,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세상을 조금씩 개선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
항의편지를 쓰고, 기사, 책, 다큐멘터리, 강연, 인터넷 사이트 등을 만든다. 그 변화가 빠르지 않더라도 즐겁게 꾸준하게 항거를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돈을 위해 나무를 벌목하고, 석유를 파내고, 전쟁하지만 최후에는 돈을 먹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