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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우먼
에일렛 월드먼 지음, 신정훈.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2년 3월
평점 :
살다 보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옳지 않은 일인 줄은 알지만, 자신의 욕망이, 자신이 더 소중하기에 불의에 눈 감아 버리는 경우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에밀리아 그린리프 역시 그러하다.
그녀의 사랑은 모든 사람이 비난하는 사랑이다. 바로 유부남과의 사랑.
에밀리아의 사랑 때문에 한 가정이 깨져버렸고, 그녀는 그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받아들인다.
에밀리아의 어머니는 두 딸이 있는 남자와 재혼하여 그녀를 낳았다. 이른바 재혼가정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처소생의 딸들에게 '좋은 새엄마' 노릇을 위해 각종 서적을 탐독하며, 때로는 좌절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아버지의 바람을 알게 된 에밀리아의 주도하에 부모는 이혼을 한다.
아버지의 부정에 분노했던 그녀이지만, 결국 그녀도 그릇된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가 부모의 길을 되풀이 하여 걷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영화나 소설 속에서는 '사랑은 모든 역경을 뛰어넘는다'든가 '사랑은 위대하다'는 말로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고난의 연속이다.
에밀리아의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유부남을 빼앗은 여자라는 주위의 눈초리와 따돌림(특히 윌리엄이 다니는 유치원의 엄마들)은 기본이다.
사랑하는 이의 아들이라서 당연히 감싸 안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윌리엄과의 끊임없는 갈등, 전처인 캐럴린과의 마찰 등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들은 계속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에밀리아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자식을 잃을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에밀리아는 잭과 결혼 후 사랑스러운 딸을 낳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아이를 잃고 만다.
길에 지나가는 유모차만 보아도 마음이 아프고, 딸이 살아있었더라면 자랐을 개월 수의 아기들의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더욱 갈가리 찢어 놓곤 한다.
그래서 윌리엄에게 좋은 새엄마가 되어 주려고 노력하지만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힘들다.
한편 윌리엄은 늘 엄격한 엄마의 틀에서 일탈의 길을 열어주는 에밀리아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친엄마가 다른 남자와 재혼을 하게 되었을 때의 이제 영원히 엄마 아빠랑 셋이 사는 가족의 모습을 이룰 수 없다는 절망감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아들을 힘들게 한 아버지의 고뇌도 느껴진다.
결말에 이르면 약간의 반전이 숨어 있다. 이 반전으로 책을 읽는 내내 이해하기 어려웠던 에밀리아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책의 내용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상상해 본다면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의 삶의 모습을 따라가게 되어 결국엔 잭과 이혼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실의 사랑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가정이라는 것은 사랑에 대한 책임을 수반한다는 것이고, 그 책임을 저버렸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