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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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인지, 습해서인지 아침 잠이 줄었다. 이번주도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책 한권을 들고 카페로 갔다.

시지프 신화를 읽고, 여운이 많이 남아 역자인 김화영 교수의 번역서를 또 한 권 샀다. 제목이 맘에 들었고 표지 사진도 역시 좋은 이 책으로.

간결한 문장, 빠른 호흡, 짧은 분량.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후기로 볼 수 있는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까지 단 번에 읽어 내려갔다. 후자는 보지 않았으면 좋을 뻔했다. 여운을 크게 줄여버렸으니.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나의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의 생각과 너무 닮아 있었기에. 지역명과 구체적 사건의 전개양상이 다를 뿐 내 삶과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아침나절부터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래는 나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끌었던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얼마 후 아버지의 생일인 어느 일요일, 아버지는 종부성사를 받겠다고 했다. 나는 복사 노릇을 하던 시절, 써늘한 신새벽에 교구장 신부를 따라 이미 사람이 죽어있는 농가로 하느님을 모셔다드리려고 궁벽한 길을 걸어가던 일이 생각났다. 이번에는 그게 우리 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그건 우리 집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 우겼다. 아버지가 신부를 만나서 영성체를 갖고 싶어 하는 것뿐 별게 아니라고 말이다.˝(88쪽)

˝여기 파리에서 나는 여러 해 동안 끊임없이 내 길에서 비켜나 엉뚱한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너무나도 딴 세상이고 딴 이야기인 것이다. 나는 브르타뉴로 돌아와 나무들, 그들의 말씨, 그들의 몸짓과 다시 만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내 삶은 파리에 있다. 삶의 소용돌이가. ˝ (137쪽)

˝나는 전쟁을 끝내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 모르탱의 집은 허물어졌다. 루 테이뢸의 집은 허물어졌다. 트랑의 집은 팔려버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누이가 죽었다. 나는 산 사람들, 그리고 죽은 사람들, 그들 모두와 평하롭게 지내고 싶다˝(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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