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그림 잘 그려요
김미남 지음 / 양말기획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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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그 그림이 모두 졸라맨이고 알 수 없는 선들로 전투하는 것을 즐겨하는 남자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그림책 [나는 이런 그림 잘 그려요]의 면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더니 자기가 훨씬 잘 그린다면서 웃더라구요. 뭐랄까? 우월감을 가지면서 면지를 이렇게 오랫동안 관찰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자기가 만든 만화책을 어떤 것보다 소중히 여기고 있고, 보여주고 싶어하거든요. 그런 마음을 알고 있은데, 더 호응해 주거나 격려를 해 준 적이 있었는지 저를 돌아보게 만들더라구요. 아이가 화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아닌데, 누군가의 그림과 비교하면서 더 잘하기를 바랬던 것은 아닌지. 지금 그림 그리기를 즐기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쏘옥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이런 그림 잘 그려요]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림책입니다. 잘 그린다는 것에 얽매여서 자유롭고 자기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그리는 법을 잊어 버린 어른들에게 멈춰 보라고 알려주는 그림책이기도 하구요. 잘하는 것에 대해서 아이의 눈과 어른의 눈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즐기는 것의 즐거움을 잊은 어른들에게 그 방법을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런 그림 잘 그려요]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나옵니다. 좋아하고 잘 그린다고 말하죠. 그리고 보여지는 그림을 본 어른들의 반응은 비행기를 그린 아이에게 비행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생겼냐고 묻고 장난쳤다고 생각하는지 자꾸만 웃기도 하지요. 그리고는 그림 그리는 법을 알려 줍니다. 앗! 이 모습이 제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던 모습이어서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그림 그리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에 했던 말들이었는데, 오히려 아이의 창작 욕구를 사라지게 하고 있었다는 것에 조금 많이 씁쓸하더라구요. "미술학원 다녀볼래?"라고 어른들이 말하는 것에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네요. 이런 수순을 똑같이 밟고 있는 부모였으니까요.


다행스럽게도 그림책 속 아이처럼 조금 더 컸고, 여전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는 것에 두려움이 없이 스윽슥 뭔가를 그려내지요. 그리고 싶은 이야기로 가득한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습니다. [나는 이런 그림 잘 그려요]을 읽으면서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 보는 그림책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아이 마음을 조금 더 알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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