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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을 감으면
아네 비외른 지음, 김여진 옮김 / 책연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한쪽 눈을 감으면]은 표지가 참 따뜻합니다. 분홍빛 꽃들이 있는 풍경이 아이의 뒷 부분을 대부분 차지하는 어두운 회식을 환하게 밝혀주는 것 같습니다. 그 환한 빛이 아이의 얼굴을 밝히는 것인지 아이에게서 나온 것인지 두 색이 겹치면서 더이상 어둡지 않게 보입니다. 제목인 한쪽 눈을 감으면 각 글자에 달려 있는 어여쁜 물건 혹은 빛들이 사랑스럽습니다. [한쪽 눈을 감으면]을 읽기 전까지 뭔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는 모험이 가득한 그림책일 것 같아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열게 되는데요. 면지 또한 표지에 보았던 그 분홍빛이 포근하면서도 향기로워 보여서 잠시 더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첫 페이지의 회색빛에 놀라게 됩니다. 깨진 유리창, 망가진 인형, 뭔가 하나씩 공이 나 버린 물건들, 무엇보다도 온통 잿빛인 풍경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거 알아요? 한쪽 눈을 감고 그 위에 두 손가락을 살짝 올리면 마법의 눈이 된대요."
그것은 바로 할머니가 알려 준 비밀이었습니다. 잿빛 풍경은 마법의 눈을 통해 빛을 내고, 색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온전한 형태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데요. 마법 같은 일들은 어디에나 있다는 말, 그걸 볼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난민이 된 아이를 따라가면서 마법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그 힘이 눈물이 울컥 나오게 아리기도 했지만 저도 한쪽 눈을 감고 두 손가락을 올려 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법의 눈인 것 같으니까요. 희망을 품고, 세상을 다르게 보고, 연민을 느끼며 함께의 힘을 노래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게 만드네요. [한쪽 눈을 감으면]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함께 마법의 눈으로 볼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