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기억 극장 -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5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 두살의 김덕구는 어머니를 병으로 잃었다. 어머니의 약값은 여전히 빚으로 남아 있고 혼자 벌어서 생활비와 빚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고 열 두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여겨지지만 그 때는 바로 1945년 1월의 겨울이었다. 신문 배달을 하는 덕구는 그날 신문을 읽어 주면 큰 돈을 준다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가 쓰러지고 병원으로 모시고 갔을 뿐인데 도둑으로 몰렸다가 그의 제자에게 연락을 해서 나오게 된다. 배달은 늦어서 하나뿐인 일자리를 잃어 버리고 명함을 준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제자가 준 명함을 가지고 경성 기억 극장으로 간다. 여기까지가 초반부인데 묘사가 치밀하고, 그 시대를 촘촘하게 느끼게 해 줘서 몰입감이 엄청났다. 덕구와 같은 상황을 겪은 적도 없고, 겪을 일도 아니지만 그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았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연결되어 일하게 된 경성 기억 극장은 도대체 어떤 곳인 것일까? 덕구의 시선을 따라 경성 기억 극장으로 들어가 본다.


 "기억을 지우러 오셨습니까?"


 기억을 지우는 기계로 기억을 지워주는 것을 일지로 남기는 일을 하게 된 덕구. 예전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기억을 지우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떠올랐다. 그런 기억이 아니라 1945년의 시대와 관련된 기억들을 지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제일 처음 덕구가 만나게 된 사람은 여학교 교사였는데 학생들 앞에서 전쟁에 나가는 것에 대해 선동하는 연설을 한 것을 지우고자 했다. 그 기억을 지우고 편안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했던 것이 사라지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내가 기억을 못해도 그 순간을 다른 이들은 기억할 텐데, 나만 편하자고 기억을 지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아프고 힘들어도 그 순간을 기억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경성 기억 극장으로 오는 사람들은 교사, 군인, 순사들이었다. 경성 기억 극장과 얽힌 이야기들이 풀어지고 휘몰아치면서 1945년 8월 15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무엇을 기억하여야 하는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요. 고학년 아이들과 온작품읽기로 함께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