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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주식 - 이룬 것들과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한 직장인의 진솔한 주식투자 에세이 ㅣ 어쩌다 보니, 시리즈 3
이학호 지음 / 북산 / 2021년 8월
평점 :
대학 시절부터 친해져 지금은 정말 형제만큼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 내가 이 친구를 진심 좋아하는 이유는 본인과 가치관이 다르다고하여 함부로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는, 정말 갖추기 힘든 덕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이 친구와 요즘 나의 주된 (사실은 거의 유일한) 관심사인 '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주식, 부동산, 코인 등에 대해 나의 어쭙잖은 재테크 썰을 한참 들어주더니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가'와 '어떤 곳에 번 돈을 쓰고 싶은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의 질의 의도에 어떤 부정적인 뉘앙스나 나의 속물적임에 대한 공격의 의도가 느껴졌다면 오히려 답이 쉬웠을 것 같다. 편견 없이 궁금해하니 뭔가 답하기 어려웠다.
조금 망설이다 "한 40억 정도 벌면 파이어족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 일찍 은퇴하는 사람들) 이 되어 맘 편하게 애 잘 키우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답했다. 답도 별로였지만 실은 이 와중에 '돈이 많으면 맘 편하게 애를 키울 수 있나? '라고 속으로 반문하고 있었다. 그렇다. 난 얼마나 또는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진심으로 고민해 본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답에 가까운 대답은 역시나 "남들 다하는 거니까 해야지, 될 수 있으면 많이 벌고 싶어" 였겠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렇게 답은 안했을 것 같다. 그건 너무 모양 빠지니까.
'어쩌다 보니 주식' 과 같은 에세이 서적이 좋은 것은, 이렇게 매우 중요하지만 평소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주제에 대해 공감과 사색의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주식 좀 잘하는 형이 본인이 왜 주식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주식이라는 재테크 수단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투자하고 있는지, 주식 투자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등의 주제들에 대해 진솔하고 담백하게 얘기해주는 느낌이 든다.
* 나는 종목을 투자하지 않는다. 좋은 종목이 있다면, 그것을 추천할 이유가 없다. 내가 사야 한다. 그리고 산 것을 증명한다. 좋다고 다 오르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계속해서 오르는 종목도 없다. (78pg)
* 주식을 하면서 나는 끝내 고수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고수보다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카페를 만들고 그 안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중략) ... 같은 시대에 태어나서 비슷한 일상을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동질감이 느껴지는지, 내가 보유한 종목에 다니는 직장인 다수를 만났다. (178pg)
* Get rich slowly. 내가 좋아하는 격언이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천천히 천천히. 성공한 사람들을 언제나 인내하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나는 여기에 한 술을 더해 자신 있게 말하겠다. 인내는 애당초 할 필요가 없다. 오늘을 열심히 살기만 한다면 ! (234pg)
책에서 깊게 공감할 수 있었던 구절들이다. 작가처럼 주식 수익률이 좋은 사람도, 작가와 같은 성공적인 재테크를 꿈꾸며 주식 카페를 통해 소통해 온 이들도, 나처럼 재테크에 이제 입문한 이도 각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비슷한 고민을 하며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노력한다는 메시지는 재테크의 막연함에 지쳐가는 이들에게 충분히 소소한 위안을 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전반에 저자가 투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조언한 바가 없다는 것은 이 책이 매력적인 다른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딩은 자극적이고 화려하지만 막상 저자의 자기 자랑 빼면 속 빈 강정인 수 많은 재테크 서적들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훨씬 심플하고 직관적이다. 그렇기에 특히 재테크 초보자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단점을 굳이 찾자면 오타가 다소 많고, 오타를 넘어 교열이 누락된 문맥으로 추정되는 문단도 있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오타를 단점으로 지적하는 건 조금 치사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블로그에 쓴 일기를 출력하는게 아니니까, 출판한 서적에는 가급적 오타가 없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게다가 요즘 나오는 재테크 서적들은 너무 '급히' 출판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오타도 이러한 현상에 상당히 기여한다고 볼 수 뿐이 없다. 내용이 좋은 책일수록, 가급적 충분한 교열과정을 거쳐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완독한 지금도 친구에게 전할 멋지게 전할 답은 찾지 못했다. 어쩌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적당한 답을 찾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좋은 책들을 통해 위안과 조언을 얻다보면 언젠가는 분명 나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저의 주관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