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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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일상에서 탈피하기 위해 책을 선택했을 때, 가장 고려해야할 점은 쉽게 읽히는가?인 것 같다. 너무 신경써야할 일이 많아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을 한 권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방송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방송인 유병재의 농담집, 『블랙코미디』이다. 사전에 따르면, 블랙코미디는 '웃음을 통해 환멸과 냉소를 표현하는 드라마의 형식'을 말한다. 블랙코미디의 정의와 꼭 부합하는 이 책은, 유병재의 '웃픈 농담'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읽을 책을 찾고 있다면, 유병재의 『블랙코미디』를 추천한다. 나 역시 지하철에서 아무 생각 없이 쭉쭉 읽어나갔더니 단숨에 이 책을 완독해버렸다. 무언가를 얻겠다는 마음보다는 유병재라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엿본다는 마음으로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조금은 어이없고 이게 뭔가 싶은 글들이지만, 그 속에 유병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담겨있다. 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깊이있게, 때로는 가볍게 주변을 성찰한 글. 어쩌면 우리도 유병재의 시각과 비슷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쉬이 말할 수 없어 묻어뒀던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명쾌하게 짚어내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외치는 그에게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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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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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과 끊임없이 생겨나는 할 일 속에서 지쳐있었다. 바다가 잘 보이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기도 하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잡은 절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기도 하고, 핸드폰을 끈 채로 잠수를 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데 무작정 떠나버릴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통해 위안을 얻는 것이,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힐링이었다.


  너무나 지쳐있기 때문에 내게는 여행, 템플 스테이 등 대단하고 멋있는 힐링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위로하는 책 한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느꼈던 조금은 우울한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다는 것은 많은 위로가 된다. 대단한 해결책을 주지 않더라도, 그저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힘을 얻는다. 


남들 보기엔 별거 아닌 고민일지라도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어쨌든 내 눈에 보이는 내 세상뿐.
그러니 내 세상에선 내가 가장 힘들다는 것을,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그 만화가 이해해 주는 것만 같았다.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별거 아닌 일에도 많이 고민하고 많이 아파하고 많이 힘들어하던 이십 대, 
조금은 치기 어렸던 그 시절에.


  
늘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나. 가끔은 '내가 너무 나약한 것은 아닐까?', '내 고민은 너무 사소한 거 아닐까?', '다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나만 투덜대는걸까?'하며 고민했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에서는 내가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고,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당연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괜히 스스로를 자책하고 약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던 것 같아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별거 아닌 일에도 많이 아파하는 나에게 엄격히 대하기보다는,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자신 또한 자신만의 진한 체취를 갖기 위해 
바닷바람과 햇빛의 공격을 견뎌내고 있다는, 
아니 견뎌내야만 한다는, 그런 생각을.

  요즘 나의 최대의 고민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싫어하는 것을 찾고,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찾아나가고 싶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찾기 위해서는 많이 부딪혀보고, 여기저기 다쳐보고 깨져봐야만 한다. 지금 나는 그 과정의 한가운데에 서서 바람과 햇빛의 공격을 견뎌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만의 진한 체취를 갖기 위해서. 



  
  이렇듯 짤막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 책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면 술술 읽힌다. 하지만 나는 왠지 누군가의 생각의 흔적을, 단숨에 빠르게 읽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공감가는 문장에는 밑줄도 치고, 내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은 곱씹어 보면서, 그렇게 이 책을 읽었다. 강세형 작가의 책들은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왠지 나는 그녀의 책을 쉽게 읽고 싶지만은 않다. 천천히, 곰곰이, 그렇게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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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 시간이 만드는 기적, 그곳의 당신이라는 이야기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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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라는 책으로 유명한 강세형 작가의 신작이다. 사실 나는 앞서 언급한 두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라는 책을 읽고 강세형 작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만간 시간이 날 때 두 책도 읽고 싶어졌다. 


  책의 표지에도 써있듯이 이 책은 강세형 작가가 사랑한 책, 영화, 삶에 관해 다루고 있다. 저자가 읽은 책, 저자가 본 영화, 저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에세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이야기에 하하 웃기도 하고, 엉엉 울기도 하면서 단숨에 책을 읽어버렸다. 너무 빠르게 읽어버린 것 같아 아쉬워 읽고 또 읽은 페이지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에세이는 '반전이 없어 잔인한 우리들'이라는 에세이다. 반전없이 흘러가는 영화의 시간 속에서 선이와 지아, 윤이의 이야기는 진행된다. 인간관계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영화, 그리고 그 속에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저자의 글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나는 그 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햇살 좋은 날 카페에 앉아 집어든 책이 이 책이라 난 다행이라고 느꼈다. 내가 고민했던 것들을 똑같이 고민하던 저자의 생각의 흔적이 느껴져서. 그리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놓은 글이 너무나도 공감되어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책과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같은 작품을 보고 다시 한 번 책을 읽으면서 '맞아맞아, 나도 이렇게 느꼈어', '아니야, 나는 이렇게 생각해' 하며 대화를 나누어보고 싶다. 


이 책은 불쑥불쑥 쓸쓸해지곤 하는 
수많은 평범한 삶들에게 보내는 위로다. 

뭔가 더 있지 않아도 된다고, 
당신이 보낸 그 대단치 않아 보이는 시간들도, 
이렇게 모여 한 편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당신이 겪어낸 그 수많은 시간들이 곧 
한 편의 영화이며, 한 권의 책이며, 기적이라고. 
시간이 만들어준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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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로 읽는 세상
김일선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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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시작하고 싶다. "단위는 언뜻 의식하기는 힘들지만 사회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 중 하나다." 처음에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책의 저자 역시 처음에는 단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험 답안지에 단위를 표기하지 않아 0점을 맞은 경험을 책의 첫머리에 서술하면서, 필자는 아주 사소하지만 쓰라린 기억이 단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나에게도 단위라는 존재는, "수학 서술형 답안 쓸 때 꼭 단위까지 기재해라"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깟 단위 좀 안쓰면 어때? 숫자만 맞으면 됐지"라고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단위가 있어야 그 숫자에 비로소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1M라는 개념을 마주할 때, 1이라는 숫자가 명확성을 부여해준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M라는 통일된 단위가 있기 때문에 비로소 우리가 1M라는 개념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단위가 정확히 기재될 때 그 숫자도 의미있는 숫자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단위로 읽는 세상』이라는 다소 딱딱한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굉장히 흥미롭다. 어떻게 미터법이 출현하게 되었는지, 파운드라는 같은 이름을 쓰면서도 미국과 영국의 파운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인쇄 매체에서 정의하는 포인트는 어떻게 정해졌는지, 『단위로 읽는 세상』이라는 제목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분야의 이슈들을 '단위'라는 도구를 통해 바라본다. 

  저자는 단위가 갖춰야 할 세가지 조건을 '이해하기 쉬운 도구, 용도에 맞는 도구, 고장나지 않는 도구'라고 제시한다. 단위는 우리 삶의 사고 팔기, 수량을 파악하기 등 가장 기본적인 행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정의되어야 한다. 또한 단위를 사용하려는 용도에 맞게 발전되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정확하고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하므로 그 사용에 있어 고장이 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한 단위들이 등장한 것처럼, 앞으로의 사회에서도 단위는 더욱 세분화될 것이다. 어쩌면 숫자 뒤에 붙는 별 것 아닌 존재로 치부될 수 있는 단위, 하지만 단위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그 방향성을 잃고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늘 우리 곁에서 평등과 명확성이 지켜지도록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단위, 세상을 보는 멋진 창으로서 단위를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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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 -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
김봉현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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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못.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힙알못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정말 힙합에 관심없는 애'에 속한다.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의 마음은, 막막함이었다. 귀동냥으로 들은 몇 랩퍼의 이름만 알 뿐, 그들의 노래에 대해선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의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했다. 

  도끼, 더콰이엇, 빈지노, 팔로알토, 제리케이, 스윙스, 허클베리피, 산이, 딥플로우, JJK, 타이거JK, MC메타. 총 12명의 힙합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이 직접 듣고 쓴 책이다. 인터뷰 형식으로 쓰여 있어 정말 읽기에 부담이 없는 책이다. 심심할 때, 힙합에 대해 알고 싶을 때 부담없이 펼쳐들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은 힙합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완전히 바꾸어주었다. 솔직히, 힙합에 관심도 없었고, '허세 가득한 사람들이 서로 디스하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허세 속에는 나름대로 삶의 가치관과 신념이 담겨있었다. 특히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도끼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면서까지 힙합을 고수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난 그가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도끼의 라이프 스타일 역시 멋있다. 1억이 있으면 1억 2천을 쓰는 용기! 가히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들의 성공은 그냥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은 힙합을 통해 '그들의 삶', '가치관'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들의 단면만 보고 허세 가득한 사람들이라고 단정 지었던 지난날의 내가 후회될 정도였다. 그저 자신의 색깔이 좀 더 짙었을 뿐이고, 그를 음악을 통해 다소 거칠게 표현해낸 것이었다. 세상이 원하는, 그리고 세상과 비슷한 색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난 아직도 '힙알못'이지만 조금은 힙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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