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로 읽는 세상
김일선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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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시작하고 싶다. "단위는 언뜻 의식하기는 힘들지만 사회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 중 하나다." 처음에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책의 저자 역시 처음에는 단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험 답안지에 단위를 표기하지 않아 0점을 맞은 경험을 책의 첫머리에 서술하면서, 필자는 아주 사소하지만 쓰라린 기억이 단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나에게도 단위라는 존재는, "수학 서술형 답안 쓸 때 꼭 단위까지 기재해라" 정도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깟 단위 좀 안쓰면 어때? 숫자만 맞으면 됐지"라고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단위가 있어야 그 숫자에 비로소 가치가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1M라는 개념을 마주할 때, 1이라는 숫자가 명확성을 부여해준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M라는 통일된 단위가 있기 때문에 비로소 우리가 1M라는 개념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단위가 정확히 기재될 때 그 숫자도 의미있는 숫자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단위로 읽는 세상』이라는 다소 딱딱한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굉장히 흥미롭다. 어떻게 미터법이 출현하게 되었는지, 파운드라는 같은 이름을 쓰면서도 미국과 영국의 파운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인쇄 매체에서 정의하는 포인트는 어떻게 정해졌는지, 『단위로 읽는 세상』이라는 제목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분야의 이슈들을 '단위'라는 도구를 통해 바라본다. 

  저자는 단위가 갖춰야 할 세가지 조건을 '이해하기 쉬운 도구, 용도에 맞는 도구, 고장나지 않는 도구'라고 제시한다. 단위는 우리 삶의 사고 팔기, 수량을 파악하기 등 가장 기본적인 행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정의되어야 한다. 또한 단위를 사용하려는 용도에 맞게 발전되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정확하고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하므로 그 사용에 있어 고장이 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한 단위들이 등장한 것처럼, 앞으로의 사회에서도 단위는 더욱 세분화될 것이다. 어쩌면 숫자 뒤에 붙는 별 것 아닌 존재로 치부될 수 있는 단위, 하지만 단위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그 방향성을 잃고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늘 우리 곁에서 평등과 명확성이 지켜지도록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단위, 세상을 보는 멋진 창으로서 단위를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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