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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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과 끊임없이 생겨나는 할 일 속에서 지쳐있었다. 바다가 잘 보이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기도 하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잡은 절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기도 하고, 핸드폰을 끈 채로 잠수를 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데 무작정 떠나버릴 수는 없었다. 그 대신,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통해 위안을 얻는 것이,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힐링이었다.


  너무나 지쳐있기 때문에 내게는 여행, 템플 스테이 등 대단하고 멋있는 힐링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위로하는 책 한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느꼈던 조금은 우울한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다는 것은 많은 위로가 된다. 대단한 해결책을 주지 않더라도, 그저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힘을 얻는다. 


남들 보기엔 별거 아닌 고민일지라도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은 어쨌든 내 눈에 보이는 내 세상뿐.
그러니 내 세상에선 내가 가장 힘들다는 것을,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그 만화가 이해해 주는 것만 같았다.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별거 아닌 일에도 많이 고민하고 많이 아파하고 많이 힘들어하던 이십 대, 
조금은 치기 어렸던 그 시절에.


  
늘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나. 가끔은 '내가 너무 나약한 것은 아닐까?', '내 고민은 너무 사소한 거 아닐까?', '다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나만 투덜대는걸까?'하며 고민했었다. 하지만 '나'의 인생에서는 내가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고,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당연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괜히 스스로를 자책하고 약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던 것 같아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별거 아닌 일에도 많이 아파하는 나에게 엄격히 대하기보다는,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자신 또한 자신만의 진한 체취를 갖기 위해 
바닷바람과 햇빛의 공격을 견뎌내고 있다는, 
아니 견뎌내야만 한다는, 그런 생각을.

  요즘 나의 최대의 고민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싫어하는 것을 찾고,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찾아나가고 싶었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찾기 위해서는 많이 부딪혀보고, 여기저기 다쳐보고 깨져봐야만 한다. 지금 나는 그 과정의 한가운데에 서서 바람과 햇빛의 공격을 견뎌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만의 진한 체취를 갖기 위해서. 



  
  이렇듯 짤막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는 책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면 술술 읽힌다. 하지만 나는 왠지 누군가의 생각의 흔적을, 단숨에 빠르게 읽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공감가는 문장에는 밑줄도 치고, 내 마음에 와닿은 문장들은 곱씹어 보면서, 그렇게 이 책을 읽었다. 강세형 작가의 책들은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왠지 나는 그녀의 책을 쉽게 읽고 싶지만은 않다. 천천히, 곰곰이, 그렇게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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