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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 -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서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5월
평점 :
고전은 해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되지요 서민의 고전 해석은 어떤 내용인지 기대되었습니다

프롤로그부터 기존의 고전 읽기 책들과는 다른 분위기였어요.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가 뭘 말하는지 몰라 기분나빴다든가 다른 이에게 읽지 말라고 말렸다든가 친숙한 말이 나와서죠.
고전은 대부분 장편에 책이 두꺼워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좋다는 건 알지만 곡 제목을 알고 찾아 듣는 사람이 적은 것과 비슷합니다. 고전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있어 읽으려면 각오와 시간이 필요해요. 이 책은 고전은 힘들어요하고 투덜대는 글쓴이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구나하는 기분으로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어요.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의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혈실감 넘치는 답답이예요. 아름다운 하녀 카튜샤가 남자들에게 시달리다 사창가로 들어갔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망치는데 일조한 네흘류도프는 속죄한답시고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해요. 귀족인 자신이 자선을 베푸는 기분에 도취된 그에게 카튜샤는 뭔 속죄냐 돈이나 달라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심각한 내용일텐데 왜 이렇게 코믹한지. p.48

시모토와 엑시구아라는 어류 기생충의 비양심적인 사과방법도 나와요. 시모토아는 물고기의 혀에 구멍을 뚫고 피를 빨아먹고 혀의 역할을 대신해요. 네흘류도프의 사과도 이와 마찬가지구요.
'돈키호테'의 원본이 거의 백과사전급 두께에 서문이 길고 11편의 시가 나온 뒤에야 돈키호테가 나온답니다. 이야기가 곧잘 산으로 가서 읽기 힘들다니 이제까지 주요 이야기만 추려놓은 책을 읽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어요. 우리나라에서 '돈키호테'원본을 읽은 사람이 거의 없으니 과시욕이 있는 사람은 타이틀을 노려볼만 하네요.p. 57

'파우스트'에서 악마 따위 별거 아니라고 자만한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와 거래를 합니다. 대부분이 파우스트가 여인들을 만나 연애하는 하렘같은 내용이네요.
어느 블로그에서 우리나라 sf만화의 시조급인 분이 말년까지 자신의 미완작을 계속 그렸는데 갈수록 남성향 하렘이 되더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나요. 죽음이 가까워지면 자신이 이루지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사무치나 봅니다. 그 시점에서 수치심같은 건 안중에도 없어지고 욕망에 매달리는 모습이 드러나요.
글쓴이가 찾은 파우스트의 교훈은 직접 경험하지도 않은 채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아는 것처럼 나대지 말라가 되네요.p.90

읽은 책마저 그 책이 이런 내용이었나 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됩니다. 고전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켜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