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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평점 :
중년들의 대화는 솔직하고 과감해요. 가끔 수위높은 사적인 이야기도 오가죠. 인생이 묻어나는 유쾌통쾌한 야설클럽을 기대했습니다.

니키는 부모님과 함께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민왔어요. 아빠는 두 딸에게 가진 기대가 컸고 큰딸 민디가 의과 대학에 진학하길 바랐지만 그럴 성적이 되지 않아 실망했어요. 아빠는 니키에게로 관심을 옮겼고 니키가 법조인이 되길 희망했죠. 니키는 법대에 다니다 자신과 적성이 맞지 않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자퇴했어요.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빠가 심장이 좋지않아 2년 후 세상을 떠나자 니키는 자책합니다.
"언니도 알겠지만 아빠는 항상 모순적이었어. 네 꿈을 좇아라, 그게 바로 우리가 영국에 온 이유 아니겠냐, 하다가도 태세를 싹 바꿔서 입에 풀칠하려면 앞으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했지. 아빠는 나를 통해 자기 꿈을 이루려고 했던 것 같아." p.56

니키는 아빠의 기대를 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불만을 갖고 민디와 다퉈요. 민디가 중매결혼을 하고 싶어하자 니키는 내심 빈정거립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중매회사나 앱을 통할텐데 민디가 중매상대자를 찾는 글을 올리는 곳은 인도 이민자들의 지역게시판이에요. 니키는 다른 게시물을 살피다 글쓰기 선생님을 구하는 구인글을 발견해요.
니키는 과부들을 위한 글쓰기 교실을 담당하게 되지요. 그들은 각자의 이유와 아픔이 있었어요. 특히 쿨빈더는 딸 마야가 자살한 일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어요.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니키는 그들이 쓴 글을 읽고 모두와 함께 감상을 나눠요. 어느새 그들이 쓴 글은 점점 외설적인 내용이 많아집니다.
"니키, 타람팔 때문에 너무 마음 쓰지 마요. 남자들 귀에만 안 들어가면 우리는 안전할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남자들이랑은 거의 말도 섞지 않으시잖아요, 그렇죠?"
"당연하죠. 우리는 과부거든요. 남자랑은 더 이상 아무런 접촉도 없어요. 그건 허락되지 않아요."
p.175

니키는 타람팔에게서 쿨빈더의 딸 마야가 자살한 이유를 듣게 됩니다. 바람피우던 상대와의 문자 메시지를 남편에게 들키고 남편이 이혼을 선언하자 분신 자살했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상상하면 안되는 거예요. 너무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니까요."p.271

이 책을 읽다가 혹시 내가 시대 배경을 착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현대 인도 여성들이라고 하기엔 그들의 사고 방식이나 삶의 형태가 마치 조선시대 여성들과 흡사했기 때문이에요. 가족의 명예가 목숨보다 중요하고 겨우 열 살의 어린 소녀가 결혼하고 남편의 강제적인 요구도 받아들여야하고 이혼에 대한 두려움으로 분신 자살하다니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문화의 차이 속에서 이민자들이 느끼는 괴리감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 있어서 여러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등장인물들의 털털한 말투가 유머러스 하기도 했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