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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고생구 낙원동 개미가 말했다 - "휴, 간신히 여기까지 기어왔네."
송개미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6월
평점 :
학자금 대출 부담에 힘들어하던 대학생에서 취업 후 진로를 바꿔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는 대학생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요. 국문학과를 진학해 소설에 대해 고민하고 눈치가 없어썸남을 놓치기도 했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이 늘 따라다녀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전화로 하는 설문조사도 있었어요. 요즘은 주로 설문조사를 한다는 자동 멘트로 시작하여 듣자마자 끊는데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면 아무래도 멈칫하게 되지요. 아르바이트할 때에 콜이 제대로 완료된 적이 거의 없어서 업무가 끝난 후에도 자책하곤 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조바심 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지만 당시의 나는 꽤 절박한 심정이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제법 안정적인 직장을 잡기 전까지는 아르바이트를 쉽없이 해야 하는데 내가 전화로 누군가를 상대하는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잘 못하는 거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었다. p.73

실적 걱정 없는 최저시급 아르바이트에도 겁내고 조바심 내며 번 돈은 한 달 생활비를 제외하곤 모두 부모님께 드렸어요. 첫 직장에 취직하여 200만 원 가까운 월급을 받게되어 기뻤다고 합니다. 아빠에게서 월 100만 원씩 보태달라는 말을 듣기전까지는요.
"저 학비 모으고 싶어요."
그렇게 말씀드렸을 때 되돌아 온 원망스러운 말을 잊을 수 없다.
"네가 계획적으로 돈을 모은다고 해서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야. 일단은 집에 돈이 급하니 100만 원씩 보태라."
그 순간엔 그 말씀이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여기에다 '왜 부모님은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 말도 없이 언제나 큰 금액을 보태라는 말씀만 하실까?'하는 원망까지 들었다.p.107

집에 보태는 돈을 월 70만 원으로 타협한 후 울며 부모님의 재력으로 원하는 것을 하는 친구들이 부럽고 부모님이 밉고 그런 자신이 혐오스러웠다고 해요.
고민 끝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다행히 로스쿨에서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어요.
변호사 일은 대체로 독립성이 있고 그래서 내가 맡은 하나의 일을 온전히 나의 페이스와 나의 책임으로 끌고 나갈 수 있다.
회사에 남았다면 업무 능력은 늘었겠지만 이 일이 내게 과연 맞는 일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 이 일을 하면서 평생 살 수 있을지 끊임없이 의심했을 거다. 시간이 더 흐르면 그때서야 '직업을 그렇게 이상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었는데'라며 후회했겠지.p.135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이유는 대부분 첫 직장에서 하던 일이나 그 비슷한 일을 이직하더라도 계속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직장인으로 회사를 다니다 퇴사를 하고 로스쿨이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하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을 겁니다. 특히 로스쿨의 비싼 학비가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을테지요.
법이라는 낯선 영역을 처음으로 공부하다 자신감을 잃고 울기도 했지만 끝까지 해낸 모습이 정말 멋지네요. 마냥 어둡고 우울하지 않고 약간의 유머가 섞인 솔직한 이야기였어요. 인생에서 방향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이 될 수 있기도 해서 더 좋았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