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 베니핏 - COST BENEFIT
조영주 외 지음 / 해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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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나 SNS에서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의 가성비 갑인 상품이나 식당을 보기도 해요. 가성비를 소재로 한 개성넘치는 단편집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어요. 코스트 베니핏, 즉 가성비를 주제로 하지만 접근 방식은 전혀 달라요. 

첫 소설 '절친대행'은 미혼에 사귀는 사람없이 연락하는 친구도 뜸해진 재연의 이야기에요. 재연은 우연히 절친대행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 업체가 있다는 걸 알게되지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 명혜가 절친대행 업체를 통해 절친을 만들었다는 걸 듣고 재연도 명혜의 '절친'을 신청해요.

재연의 앞에 나타난 명혜의 '절친'은 훨씬 연상에 편해 보이는 인상의 평범한 여인 선희였어요. 재연은 선희 앞에서 명혜의 험담을 하고 함께 등산을 다니기도 하면서 가까워집니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다음은 분노였다. 명혜가 말한 '절친'이 이것이었다면 따지고 싶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자신에게 솔직해졌다. 재연도 제대로 된 '절친'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곧바로 자신에 대한 경멸이 몰려왔다. p. 23


'두리안의 맛'은 파워블로그인 윤지가 블로거로서의 정체성과 맞바꾼 고가의 태국 여행을 떠나 겪게되는 불쾌한 일들을 다뤄요. 

'빈집 채우기'는 예비 부부의 결혼 준비과정에 벌어진 갈등에 대해 말하구요. 남자친구와 혼수장만을 하면서 친구 민영과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멋진 남편과 그들의 브랜드 아파트에서 초대형 텔레비전에 무선 청소기, 로봇 청소기 등 호화로운 물건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질투와 부러움을 느껐죠. 결국 불만이 쌓여 남자친구와 텔레비전을 구입하러간 매장에서 둘은 말다툼을 합니다. 

"네가 그랬잖아. 우리 최대한 절약해서 신혼여행에 투자하자고. 왜 갑자기 식기세척기에 꽂혀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가서 그래."
나는 입을 떡 벌린 채 그를 쳐다보았다. 숨 막히는 그 표정이, 확신에 찬 말투가 소름 끼치도록 싫어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비명을 지르지 않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신 지금껏 참고 또 참았던 말이 방언처럼 터져 나왔다. p.111



'2005년생이 온다'는 2005년생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가장 가성비 높은 조기 은퇴 나이가 스무 살이라는 주장에 대해 말해요. 어찌보면 그럴듯하고 어찌보면 궤변같은 토론이에요.

'그리고 행성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가장 sf적인 배경을 다뤄요. 가성비가 생존과 직결되는 선택을 부른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이 포함된 대기의 행성에 여섯 명의 인간과 세 대의 안드로이드가 있어요. 19일 생존가능하고 구조될 확률은 탈출 캡슐의 구조신호가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21퍼센트, 아니라면 1.2퍼센트밖에 없어요. 비상 탈출 우주선을 타고 나가 구조대를 데려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4.5일, 늦으면 16.6일이구요. 결론은 한 사람만이 이 행성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거죠.

리모스의 얘기를 들은 승객들이 술렁거렸다.
"그럼 어떤 선택을 해야 하지?"
"생존 확률이 가장 높고 가치 있는 사람이 비상 탈출 우주선을 타고 가야 합니다."p.191



책 소개에 나온대로 가성비 최상을 다른 표현으로 하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돈을 주고 절친을 얻는 것도 처음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내에 있다고 생각했지요. 가성비 갑인 것들로 신혼집을 채운다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인생에서 가성비란 최상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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