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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 불편한 기억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만나다
강현식 지음 / 풀빛 / 2022년 2월
평점 :
즐거운 기억보다 아픈 기억이 원래 더 오래가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지울 수 없기에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길 기대했습니다.

이 책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회사원 성희는 성폭행 당한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고통받기 시작했어요. 낮에는 가족이 있으니 나은 편이지만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악몽을 꾸다 깨기 다반사였어요.
직장에 그 사건이 알려져 그녀를 배려하는 분위기였지만 늦게 퇴근할 일이 생길 때마다 불안했고 결국 퇴사하고 말았습니다. 퇴사 후엔 먼 지역으로 이사했지만 그날 전화를 늦게 받은 남동생을 원망하고 취직을 독촉한 부모님을 비난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어요. p. 21

개인차는 있지만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마음에서 여전히 그날 일이 계속되고 관련된 자극을 피하려 삶을 멈추거나 비관적 생각과 우울에 사로잡혀요. 자신을 비난하는 마음은 자해나 자살시도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건의 성폭행범들에 대한 처벌이 내려졌지만 그 형을 살고 나오면 더 이상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지요. 성희는 "그 길로 가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안 생겼을 텐데"라는 부모님의 말에 더욱 부정적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피해 기억에서 자유로우려면 먼저 통제력 착각에서 벗어나 자기 비난을 멈추고 성폭력 상황에서 자신이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분노해야할 대상은 가해자이지 피해자가 아닙니다. 자기 비난을 멈추고 자신을 상처입히지 말아야 해요.
부모의 학대로 고통받은 자녀는 무조건 부모와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용서란 관계에서 주도권을 갖는 행위이지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에요. 부모를 용서하고자 마음먹은 상황일 때 앞으로 잘 지내야 한다는 문화적 압박감을 느낄 수 있지만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굳이 잘 지내려 노력할 필요 없어요. p. 79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EDMR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이 소개됩니다. 괴로웠던 생각을 떠올리면서 눈을 빠르게 움직이면 불안이 상당히 감소하는 효과를 이용한 방법이에요. 30분 이상 안구운동을 하는 건데 고가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앱이나 유튜브 영상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해요. p.177

저자는 자신도 성추행당한 경험이 있다는 고백을 합니다. 그 고통을 이겨내려한 노력이 있었기에 상담 대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갖고 있을 아픈 기억에 지배받지 않는 방법들이 도움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