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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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지혜가 담긴 탈무드가 유명해요.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랍비이자 철학자인 저자가 말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언급하는 건 2020년 이후 세계를 뒤덮은 팬데믹입니다. 

전 세계에서 죽음의 천사가 우리를 방문하고 모든 대륙의 문을 두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돌연 죽음이 가까운 사람에게 손을 뻗고 우리의 영토에 침투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고령의 어르신들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요양시설에 격리 수용한다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어코 방문할 죽음 앞에 그들을 절망적으로 홀로 남겨두게 되었다. 장례식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조문객 수를 제한하여 애도자들에게 포옹을 하거나 악수를 할 수도 없었다. 이 모든 일들을 우리는 경험해야 했고 이에 대한 판단은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p.17



랍비인 저자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전화로 기도 말을 들려주고 평생 처음 전화로 장례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랍비라는 직업은 죽음에도 살아 있는 자들의 자리를 남길 수 있다고 일깨우고 사라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고 죽은 자에게서 살아 있는 자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으로 그 자리를 빛내고 확장하려고 노력한다고 해요.

죽음의 비극은 죽음이 삶을 운명으로 바꾸어놓는 데 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 기초가 세워지는 기념물처럼 죽음은 삶을 구축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하지만 이 거룩한 순간에 비극을 소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p.55



우리가 아무리 죽을 것을 안다지만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죽음이 도래하는 방식은 무한하고 그로 인해 아직 죽음을 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연 종양이 제 숙주에게 말한다. 수수께끼가 풀렸고 비밀이 폭로되었다고. p.160



친구 아리안이 병에 걸려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까지 함께했다고 합니다. 친구이자 랍비가 되어 삶에서 죽음으로 통과하는 시간에 영원을 약속하는 셰마 이스라엘의 말들을 들려주었구요.   


우리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었고 그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로 인해 죽음조차 이전에 생각도 못했던 방식으로 받아들여햐 해요.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마저 온전히 슬퍼할 수 없이 랍비라는 신분으로 보내야했던 심정을 드러내요. 종교적 색채가 짙지만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철학으로 이해하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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