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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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소설가들의 작품이 실린 작품집은 종합선물세트같은 기분이 들어요. 계절마다 발표되었던 작품들을 묶은 작품집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작품이 먼저 소개되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인터뷰가 나와요. 해변의 피크닉은 정우맨션에 사는 사춘기 소녀에 대한 이야기예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녀는 주변의 말들에 매우 민감해요. 이웃집 소녀가 나쁜 일을 겪었다든가 외모에 대해서라든가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어요.


여름방학 동안 할머니네 집에서 지내게 되고 스스로를 반쪽짜리 삼촌이라고 하는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할머니와 바닷가에 갈때 삼촌이 동행해요. 삼촌의 여자친구도 함께요.


사실 나는 헤엄을 칠 줄 몰랐다. 모래사장 한쪽에 샌들을 벗어둔 나는 파도에 서서히 발을 담갔다가 천천히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곤 했다. 
물속 바닥에 발바닥을 댄 채로 걸어다녔다. 물속을 걷는다. 그게 전부였다. p. 72



조숙하고 어른의 말을 모두 이해하는 척하지만 소녀가 알 수 없는 어른의 세계는 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엄마가 소녀를 할머니네 집에 보내는 댓가가 있다는 암시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모든 답을 드러내 보이진 않아요. 반쪽짜리 삼촌에 대해서도 제한적인 접근만 가능해서 더 길게 읽고 싶은 기분이 들었어요. 


불시착

운석이 떨어지고
거실 바닥이 패였다
원한 적 없는 모양으로

소원을 빌었던 적을 셀 수 없었다
누구에게로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는 p. 127




불시착이란 제목이 시를 쓸 당시 시인이 열심히 듣던 케이팝 가수의 노래 제목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해요. 아이돌이라는 존재도 남들이 볼 때는 반짝반짝 저 멀리서 빛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위로하는 자세를 가져보고 싶었답니다. 시의 소재와 감성이 이렇게도 생겨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신기했어요.   


답신은 언니의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언니는 고등학교 학생시절 교련선생과 사귀다 스물하나에 임신해 결혼했어요. '나한테 이렇게 잘해준 사람은 없었다'는 언니를 시댁 어른은 노골적으로 못마땅하게 대했습니다. 


어느날 형부가 여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란 걸 알게되고 여학생에게 관계를 끊으라고 충고해요. 여학생은 오래전 언니처럼  '나한테 이렇게 잘해준 사람은 없었다'는 말을 합니다. 후에 그 사실이 드러나고 여학생이 찾아와 따지고 형부는 폭력을 휘둘러요.


"언니는 나를 더는 믿지 않네."
그래, 나는 너를 믿지 않아. 언니는 온몸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내 안에서는 그런 언니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나와 언니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또 다른 내가 싸우고 있었지 p.282



답신은 실제 뉴스로 접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내용으로 보여요. 교사와 어린 학생이 선을 넘은 관계에 대해 오히려 학생이 교사를 편들어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는 결과가 있었지요. 그 교사는 이전에도 같은 사건을 일으킨 전적이 있었구요. 애정결핍인 아이들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이용하는 성범죄자의 비열함이 현실감있게 느껴져요. 한편으론 그 사실을 전혀 모르던 가족이 겪어야하는 괴로움에 공감이 가요. 

여러작가의 작품을 작가의 해설과 함께해서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네요. 작품과 별개로 인터뷰를 읽는 재미도 있는 내용이에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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