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그리다 - 예술에 담긴 죽음의 여러 모습, 모순들
이연식 지음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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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수명은 120세까지도 가능하다고 해요. 병이나 사고 등으로 갑작스러운 마지막을 맞기도 하니 죽음은 공평하지만 그 방식은 상대적이에요. 여러 시대의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말한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부친을 떠나보낸 경험에서 비롯되었어요. 병상의 부친을 지키고 상주가 되고 장례식을 겪으면서 죽음의 불가해함을 느꼈다고 해요. 죽음과 관련된 그림, 조각 등을 찾아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이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그림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해요. 프랑스 혁명 정부의 지도자이자 저널리스트였던 마라가 칼에 찔려 살해되었습니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는 마라가 숨진 직후 현장에 불려가 그를 추앙하는 그림을 그렸어요. 다비드는 자코뱅당원으로 그림에는 그의 정치적 입장이 투영되었습니다. 마라는 혁명이라는 대의를 위해 복무하다 숨진 고결한 영웅으로 묘사되었지요.   

마라를 암살한 코르데가 죽은 마라와 함께 그려진 그림도 있어요. 장 자크 오에르는 코르데를 아름답고 천진해보이는 모습으로 묘사했어요. 25살 코르데는 자코뱅파의 과격함을 혐오했고 9월 학살에서 온건파 지롱드당원이 처형되고 학살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라를 로베스피에르를 비롯한 자들과 함께 공포 정치를 주도해 수많은 사람을 단두대로 보냈고 코르데는 그를 처단합니다. 코르데는 나흘 뒤 단두대에 올랐어요.

군중은 코르데의 미모에 놀랐고 그녀를 동정해 사형 집행인이 죽은 그녀의 목을 들고 뺨을 때리자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이후에도 마라와 코르데는 여러 그림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마라는 학살자, 코르데는 프랑스를 구한 영웅이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합니다.p.75



이블린 드 모건이 그린 죽음의 천사에는 검은 옷의 천사가 있습니다. 커다란 낫으로 봐서 죽음의 사자인게 분명합니다. 이 그림에는 천사였다가 악마가 된 '사마엘'이라는 부제가 붙었다고 해요. 악마는 지옥을 관장하고 죽은 이의 영혼을 인도하는 역할도 맡았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악마는 세상의 어둠이고 어둠이 세상에서 불가결한 존재이듯 악마도 불가결한 존재다.  p. 119



책 표지의 그림은 에곤 실레가 그린 '죽은 클림트'입니다. 에곤 실레는 일찍부터 죽음에 집착해 도플갱어처럼 자신을 찾아온 죽음을 그리고 헤어진 연인과 자신을 죽음과 소녀로 빗대기도 했다고 합니다. 철도원이던 실레의 부친은 매독을 앓았고 아이들은 그로인해 유산되거나 요절했습니다. 실레는 자신이 그 병을 물려받았을 거란 공포에 시달렸고 모친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그는 클림트를 스승으로 삼았고 클림트는 실레의 재능을 격찬했습니다. 실레는 클림트와 자신을 한 화면에 담은 '은둔자들'을 그렸습니다.

진부한 세상에 맞서는 진보의 두 사도. 클림트는 지는 해이고 자신이 좀 더 젊고 매력적이라고 자기도취에 빠진 듯하다.
나이가 적은 예술가와 나이가 많은 예술가는 죽음을 다루는 태도가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을 다루는 모습에는 묘한 모호함, 복합성이 드러난다. 나이가 적은 예술가는 죽음을 까발리듯 보여 주며 호기롭게 들이민다. 쥐나 벌레 같은 징그러운 걸 잡아 와서 사람들이 겁내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하는 아이들처럼. p.191



자살을 묘사한 작품 중에 '자살하는 갈리아인'이라는 조각이 인상적이에요. 갈리아 전사는 항복을 거부하고 마지막까지 저항했다고 합니다. 적에게 죽을바에 자살을 선택하는 데 조각에선 숨이 끊어진 아내의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로 자신의 빗장뼈에 검끝을 겨누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갈리아인과의 싸움에서 이긴 왕이 승리를 기념해 만든 청동상을 로마시대에 대리석으로 모각한 것이라고 해요.    

이 책에는 많은 명화들, 사진, 조각 등이 실려있어요.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결론적으로 죽음에 도달하는 것과 연관있어요. 종교와 관련된 것도 있구요. 유명 화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소개되어 흥미로워요. 작품의 배경, 주제, 화가, 작가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훌륭한 예술 설명서가 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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