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어 산으로 구경가는 사람이 많아요.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는 친구들의 등쌀에 강제 등산을 하게된 노르웨이 작가의 글이라니 공감가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기대했습니다.나이들어 산을 좋아하게 되는건 우리나라나 노르웨이나 마찬가지인가봐요. 저자의 지인 중 페이스북에 산 사진을 올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등산을 좋아한다고 해요. 저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친구들을 도시로 되돌아오게할 의도를 갖고 그들과 함께 산에 오르기로 합니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며 책 속의 주인공이 자연으로 도피하는 경우를 너무나많이 보아왔다.이들 중 10퍼센트는 무엇을 하든 주변인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해 남은 생을 살게 되었다.나머지 90퍼센트는 죽임을 당했다.p.53
저자는 자연에서 인생의 참뜻을 발견하는 사람들에 대해 냉소적이었어요, 등산화를 사려한 가게에서 유명한 곳은 줄을 서서 올라가야 한다고 듣고 코웃음쳐요. 산등성이에 외딴 레스토랑이 있다면 그 레스토랑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생선스프를 판다고 주장할 거라고 하죠. 몇 시간이나 힘들게 산에 올랐다면 생선수프 맛이 없을 수 없다면서요.노르웨이인은 토론의 장에서 대부분 무난함과 중도성을 표방한다. 하지만 자신의 거실 창문에서 이전과 다른 무언가가 보일때면 지옥의 사자처럼 변한다.대부분의 노르웨이인들은 새로운 건물이 생겨 자신의 창에서 보이는 피오르 광경이 차단될 경우 매우 급진적이고 과격하게 변한다. p.97저자는 최소한의 등산 장비를 준비하느라 2-3일 소요합니다. 등산화 가게 에피소드는 등산 장비에 대한 허세는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들게해요. 모자, 방수 방풍 자켓, 장갑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있지만 헤드랜턴과 갈아입을 옷은 좀 더 합리적이에요.노르웨이인들이 창 밖의 자연 풍경에 무척 집착한다는 내용도 웃겼어요. 첫 등산복으로 녹색을 택한 것도요. 그는 '비는 우리의 형제'란 말에 질색합니다. 도시에서 숲으로 등산한 일정을 자세히 썼어요. 힘들게 산을 올라 자물쇠가 있으나 마나한 산장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출현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잠을 청해요.
나는 조용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런 식의 고요함은 낯설기만 하다. 이것이 바로 자연 애호가들이 말하는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생활이었던가.문득, 이 여행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명백한 사실을 깨달았다.나는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 나는 일상의 번잡함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 인간과 도심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p.140정복의 희열감은 개뿔이라는 저자에겐 동전을 넣어야하는 샤워의 불편함, 등산 경험자들의 도움안되는 충고 등이 짜증나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산에 오르지요.노르웨이의 등산은 우리나라보다 더 험해 보여요. 빙하가 나온다는 건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힘들죠. 투덜거리면서도 할건 다하는 저자의 모습이 코믹하고 재밌어요. 여행기로 봐도 되고 노르웨이식 코미디를 담은 에세이로 봐도 좋아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