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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 - 제주에서 찾은 행복
루씨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우리나라 민화 중에는 해학적인 것도 있었어요. [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은 제주에 사는 작가가 민화 스타일로 그린 그림과 일상의 에피소드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제주에 오기 전, 나는 무한 경쟁 도시 속에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다. 열심히 할수록 성공에는 가까웠지만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빨리 도착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p. 61

저자는 남편과 호주에서 처음 만났다고 해요.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귓가에 종소리가 들린다는데 첫 만남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동양인이 드문 곳이라 빠르게 가까워졌고 긍정적인 말과 배려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지게 했답니다.
한 남자가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한가운데 서 있다. 그는 풍성한 수국 꽃다발을 건네며 그녀에게 프러포즈했다.
세월이 지나 꽃잎의 색이 바래져도 평생 당신의 물이 되어 오래도록 시들지 않을 사랑이 되겠노라고. 수국은 불어오는 바람에 조용히 보랏빛 꽃잎을 뒤집었다. p.106

추위를 견뎌낸 한라봉이 더 단단하고 달다고 이웃집 삼촌께서 해준 말이 떠올랐다. 이 겨울을 보내고 나면 제주에서의 우리 삶도 더욱 단단해질까? p.244

제주도는 여러번 여행해도 새롭게 발견하는 곳이 있고 항상 여유를 느낍니다. 제주에서 사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그런 느낌이 여행자라서 일에서 손을 놓고 느긋하게 다니기 때문만은 아닌듯해요. 꽉 막힌 교통체증도 없고 어느 방향이든 조금만 차를 달리면 끝없는 바다가 있구요. 올레길도 많아 생각하며 걷기도 좋죠.
저자는 남편이 만들어준 동양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림을 알려주기도 해요. 세상과는 내가 맞설테니 걱정말고 그림만 그리라는 남편이 무척 든든하네요. 서핑 배우기와 감귤이 흔해서 돈 주고 사먹기는 억울한 느낌이 든다는 건 색다르게 느껴졌어요.
제주의 사계, 좋은 사람들, 카페가 많은 제주도에서 카페 순례를 하는 것도 부럽네요. 밖에서는 제주가 낙원같아 보이지만 제주도의 환경이 파괴되고 예술가들이 떠나가는 일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이 책은 제주에 대한 애정과 달력이나 엽서같은 예쁜 그림이 가득해요. 우리나라 민화풍으로 귀여운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어 색다른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 드네요. 고양이 캐릭터 덕분에 책이 무척 화사해요. 내용도 따뜻하고 그림도 보기 좋은 책이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