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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평점 :
의문의 살인 사건 내사 보고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들었어요. [네 번의 노크]는 영화화가 확정된 미스터리 소설이라니 영화의 원작으로 기대되었습니다.
303호 거주자의 남자친구가 건물 2층과 3층 사이에서 죽은 채로 발견됩니다. 사건의 내사 보고서를 시작으로 참고인 진술서가 나와요. 인근의 유명한 무속인은 사망자로 추정되는 남자의 소리를 들었다고 하고 자발적으로 참고인 조사에 응합니다.
사람은 가까워지면 추악한 욕망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어지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때에야 비로소 예의를 갖추고 인간다운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동네에 처음 들어왔을 때 깊은 숲속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말하면 자연이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거친 정글의 모습이었지요. P.13

302호 여성은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비교적 상세한 이야기를 합니다. 303호 여자와 사망자의 사이에 데이트 폭력이 있었다고도 해요.
젊은이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고 노인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보이지 않았죠. 서로의 사생활을 대강 알지만 절대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룰. 저 역시 그 룰에 동의하고 최대한 빨리 이옷을 벗어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사람답게 살기 위해 잠시 삶을 재정비하는 공간쯤으로만 여겼어요.
중년이 넘어서까지 이 동네에 살면 루저 아닌가요?
혼자 외롭게 살다가 아무도 모르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어요. P.23

사망자의 여자친구는 사회복지사예요. 사망자가 그녀에게 대출 요구를 하다 방향을 바꿔 혼자 사는 장애인들에게 보험을 권유하자고 했답니다. 그는 보험을 가입해 수익자를 그녀로 하고 2년 안에 자살하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녀는 그가 열심히 해서 죽을 각오로 일어설 기간을 2년으로 정해놓은 것이라 생각했구요.
순수한 사람은 천성적으로 남 탓을 하지 못합니다. 자기 탓으로만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부의 강한 자극에 마음을 다친 사람은 원인을 오히려 자신에게서 찾으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경제적으로 빈부격차에 허탈감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공허함을 넘어 대공황을 겪고 있습니다. 순수한 영혼들은 견디기 힘든 정글 같은 곳입니다. P.83

참고인의 진술은 각자의 상황, 사고 방식에 따라 나와요. 사건과 관련되지 않은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구요. 연극으로 치면 긴 독백에 가까워요.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들의 말에서 사건에 대한 단서외에 철학과 같은 메시지도 발견할 수 있어요. 남자는 왜 여자친구의 건물에서 죽었을지 그 진실은 미궁입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티저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