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은 모자를 쓴 여자 ㅣ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평점 :
검은 고양이와 환상의 여인, 레베카
상실로 인한 트라우마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에요 [검은 모자를 쓴 여자]는 아이를 잃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다룬 미스터리라니 기대되었습니다

민은 아들 은수를 잃은 후 검은 모자를 쓴 여자를 보게 됩니다. 남편이 낯선 여자와 이야기하는걸 목격하고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기분을 느껴요.
은수는 세 살 되던 해 부부의 곁을 떠났습니다. 약수터에 갔던 민은 유모차 차양을 열고 아이에게 나비를 설명했어요.
"저건 송장나비야. 발음해봐. 소옹장, 나아비."
'송장나비'라고 발음하는 순간 불길한 기운이 슥, 하고 민을 베고 지나갔다. 송장나비에 대한 나쁜 믿음 때문이었다. 송장나비라는 말은 국어사전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p.39

보릿고개에 죽은 사람의 상여를 따르는 흰옷입은 가족들처럼 흰나비를 본 사람에게 자신이나 가족이 죽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의미가 있었어요. 그 예감 탓인지 민이 잠시 간이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아이는 유모차 바깥에 목이 부러진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민은 누군가 아이를 공격했을거라고 주장했지만 cctv가 없는 장소라 결국 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민과 남편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교회 앞에서 은수 또래로 보이는 아이를 발견합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새끼 고양이도 함께였어요.
"이 겨울에 아일 놓고 가면 어쩌라는 거야. 죽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했지만 민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죄책감이 들었다. 지옥문이 민의 눈앞에서 크고 컴컴한 입구를 펼쳐 보였다. p.59

부부는 아이를 입양해 동수라 이름 지어요. 고양이 까망이도 가족이 됩니다. 약수터 근처에서 까망이는 강아지 무지를 공격해요. 남편의 바지에선 도심에서 묻을 수 없는 도깨비풀이 붙어 있구요.
민은 어느날 무지의 왼쪽 눈알이 뽑힌 걸 보고 경악해요. 범인은 동수와 까망이 중 하나였어요.
민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분노 속에서 아이의 뺨을 후려쳤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까망이가 캭 소리와 함께 이빨을 드러내며 풀썩 뛰어올라 민의 손을 할퀸 것이다. 민은 공포에 질려 까망이를 쳐다보았다. 눈빛이 서로 마주쳤다. 역삼각형으로 모아진 까망이의 눈동자는 더 이상 고양이의 눈이 아니었다. p.88

민은 까망이를 목졸라 죽이고 사체를 묻어요. 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오니 까망이가 흙투성이로 동수에게 안겨있어요.
읽는 내내 섬찟한 내용이었어요. 결말은 여전히 이해가 어려워 머리가 멍멍해요. 짐작하던 대로 인듯도 하고 아닌듯도 하고 이상한 기분이네요. 순수문학의 문장력과 구성이 뛰어나 몰입감이 상당해요. 여운도 강하구요. 제겐 결말 해석에 대한 도움이 필요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