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까짓, 민트초코 - 편식이 아니라 취향입니다만 ㅣ 이까짓 4
김경빈 지음 / 봄름 / 2021년 8월
평점 :
민트초코는 제게 껌맛이에요 맛으로 구분되는 세대와 개성에 대한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더욱 당당해진다. 그때야말로 자신에 대해 말할 정밀한 어휘를 얻을 기회다 -우치다 타츠루
저자는 정말 특이한 이타적 편식주의자예요. 부산에서 살았지만 회는 못먹고 조개는 작은 사이즈만 먹을 수 있어서 잘게 잘라야해요. 바나나는 안되지만 바나나맛 우유나 바나나쉐이크는 가능하고 내장 종류는 못먹어도 막창은 기가 막히게 굽습니다. 닭은 부위별로 닭똥집까지 다 먹지만 닭발만은 무리구요. 안 먹는 음식이 워낙 많아서 신기할 정도예요.
민트초코라 하면 10~20대 여성이 주로 떠오르는데 저자는 30대 유부남에 돌도 씹을 듯한 인상이라니 캐릭터가 뚜렷하네요.
민트초코는 16세기 무렵 맛이 쓴 카카오를 편하게 먹기위해 민트와 섞은 것이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는 배스킨라빈스가 1990년 선보인 민트초콜릿칩 아이스크림 이래로 30년을 넘겼다고 해요.
민트초코에 있어 적당히 좋아하거나 적당히 싫어하는 경우의 수는 없다. 민초단이거나 반민초단이거나 둘 줄 하나다.
책이든 음식이든 뭐가 됐건 간에 나의 최고가 누군가의 최악이 되는 건 굉장히 안타깝고 조금 슬프기까지 한 일이다.p.43

대입 자기소개서를 첨삭할 땐 빈약하디 빈약한 소재로 얼마나 내용을 부풀릴 수 있는지 새삼 나의 뻥튀기 실력에 놀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 모든 경험은 내 글쓰기의 자산이 되었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뭐랄까, 닥치는 대로 상황을 쳐내느라 정작 나다운 글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p.81

삶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문득 많은 것들이 심오해진다. 서른셋의 나를 스스로 어른이라고 여기며 살고 있지만 어른이란 무엇인가?하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진다.
같은 맥락에서 스스로를 편식주의자라고 여기며 산다 해도 막상 편식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한때는 철딱서니 없는 식성 정도면 충분했는데 살다 보니 사회인의 컴플렉스가 되기도 했고 비난받을 이유가 하등 없는 저마다의 취향이 아닐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p.103

가려먹는 음식이 많다보니 먹는다는 본능적인 행위를 앞두고도 생각이 많아요. 식습관에 대한 독자적인 철학이 있고 생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있어요.
반찬 투정하는 사람을 보면 저절로 잔소리가 나오게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짜증스럽지 않았어요. 읽으면서 계속 내용이 드라마처럼 그려졌어요. 고독한 미식가란 드라마가 맛있는 음식을 찾는 걸 즐거움으로 여겼다면 이 책은 맛없는 음식을 피하는 걸 즐기는 중2병스러운 면이 있어요. 글을 잘쓰쎠서 정말 재밌었어요. 웹툰화 해주세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