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시선 - 개정판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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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들의 사생활을 읽고 충격받았었죠. 강렬한 작품세계의 이승우 작가를 르 클레지오 작가가 한국의 노벨상 후보로 극찬했다니 신작 기대되었습니다



'나'는 결핵에 걸려 요양을 이유로 전원주택에서 지내게 됩니다. 우연히 숲길에서 옷을 입지 않고 걸어가는 남자를 본 후 누군가와 마주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나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단순히 주변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부딪힐지 모른다는 걸 예감하고 있고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아는 사람이지만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것,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라는 것, 그 두려움은 막연하면서도 압도적이었다.p.39



외삼촌과 대화중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의식한 시선이 아버지의 것임을 깨달아요. 
"아버지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나는 그 묘비명에서 무얼 읽은 거지요? 거기 쓰여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찾아보겠느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고갯짓을 보았을 리 없는데 그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바라지는 않지만 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 내쉬는 숨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p.62



빛은 언덕 아래에서 위로 솟는다. 깊은 어둠 속에서 그 빛은 길잡이처럼 보인다. 오래전 이야기에 의하면 낮에는 구름이 이끌고 밤에는 불이 이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 빛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안다. 그것은 아버지의 집이다.p.201



아버지와 마주하고 그 얼굴에서 자신과 닮은 부분을 발견합니다. 아버지에게 다른 가정이 있다는 것도 알게되구요. 선거에 출마한 아버지를 조강지처와 자식을 버린 파렴치한으로 비난하는 벽보가 붙어요. '나'는 아버지를 망신주려하는 악의를 가진 존재로 부정당하구요. 결국은 파국을 맞는 걸로 보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명쾌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무언가를 알기위해 문장을 여러번 반복해야 했어요. 홍길동이 생각나기도 하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듯도 합니다. 오랜만에 모호하고 해석이 필요한 소설을 읽었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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