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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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인 우리나라가 산아제한을 한 과거가 있다니 까마득한 옛날같아요. 결혼도 출산도 않는 현재와, 과거의 연애사를 다룬 소설이라니 기대되었어요



이 책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결혼과 연애에 대해 다룹니다. 영임은 시골 출신으로 억척스럽게 장사에 성공해 대학생이 되었고 선을 봐서 기자인 하욱과 결혼합니다. 초야를 치르고 난 후 남편 하욱이 사실은 쌍둥이 형의 대리시험으로 대학에 합격한 사실을 알게되지요. 


영임과 남편과의 사이는 그리 가깝지 않았지만 영임은 아이를 원해요. 난임으로 고민하던 영임은 시아주버니의 막내딸을 입양해 태윤이라 이름붙이고 정성껏 키워요. 친아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가난한 집안 출신의 정우는 우연히 간 모임에서 태윤을 만납니다. 강남에 사는 미대 재수생인 태윤은 기자인 부친을 둔 중산층이었고 그녀의 집에서 둘은 관계를 갖습니다.


태윤의 얼굴이 변했다. 봄날 지표면에 감지된 온기처럼 미세한 변화였다. 그는 곧 여린 줄기에서 꽃망울이 터지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태윤은 그를 앞질러 갔다.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 오빠가...해줄 수 있어?"p.67



태윤이 사라지고 그녀를 찾다 지친 정우는 은희와 연인이 됩니다. 그가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태윤과 재회해요. 그는 은희와 태윤 사이를 오갑니다.


정우는 차량정체로 몸살을 앓는 대로에 갇혔다. 그때 아이 책장에서 발견했던 한 문장을 떠올렸다.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다.
은희와의 동거가 어느덧 1년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은희를 사랑하고 그것은 곧 내가 은희를 이해한다는 의미다.
그는 주어를 바꿔 다른 문장을 완성했다.
은희는 나를 사랑하고 그것은 곧 그녀가 나를 이해한다는 의미다. p.127



결혼은 가정과 동의어였다. 정우는 거실 소파에 누워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른 평에 불과한 이 작은 공간이 가정이란 추상적인 존재의 실체일까? 
만약 은희와 태윤이 결혼을 원치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화목한 가정이라는 꿈을 헌 옷처럼 내던진다면 상황은 달라질까.p.206



이 책에는 행복한 결혼과 가정을 이루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장은 불륜을 저지르고 아내는 고통받고 무고한 아이들도 상처받아요.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아무래도 태윤입니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숙부에게 입양되었고 구박당하고 심지어 사촌동생과 양부에게 성폭행당했으니까요. 


불행은 대물림되고 정우의 딸도 첫사랑에 실패합니다. 미혼모가 된 그녀는 결혼 대신 사랑하는 남자와 자유로운 동거를 택해요. 빠르게 훑듯이 그들의 이야기로 시대를 읽어나갑니다. 결혼의 의미와 사회적 약속인 결혼의 필요성이 깨어진 시대를 말하는 내용이에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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