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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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들이 서로 어울려 가출팸을 만들어 생활한다고 들었어요.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에서 집을 떠나 불안하게 떠도는 가출 청소년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도 어린시절 가출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중고등학생 시기에 가출한 친구들은 돈 구할 길이 막막해서 폭행, 강도, 마약 복용, 장물 취득, 성매매 등 범죄로 빠지기 쉽다고 해요. 저자가 과거에 겪었던 가출 시기처럼 현재도 가출 청소년들이 법의 울타리 바깥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예지는 친아빠에게 상습적으로 강간당하는걸 견디다못해 가출합니다. 예지는 청소년 보호시설 쉽터를 찾았지만 쉼터는 예지를 보호해주지 않았어요.


쉼터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우선적으로 알리는 게 매뉴얼로 정해져 있었다. 예지가 울며불며 떼를 썼지만 쉽터 선생님들은 어김없이 집으로 연락을 취했다. 그때마다 아빠는 예지를 맡겨놓은 짐처럼 찾으러 왔다. p.40



예지는 가출팸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는 예지를 성매매 시키고 음란물에 이용하려해요. 


더 이상의 패닉을 막으려고 예지는 열차가 들어오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역시 열차 칸에 뛰어들지 못했다. 
정화에게선 예지를 두들겨 팼을 때의 성난 기운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불타버린 잿더미 한가운데를 걷는 사람처럼 초연하면서도 절박함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p.73



예지는 구타당하고 강제로 스너프 동영상을 찍어요. 그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며 채팅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기가 막힌건 예지의 아빠가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 패거리에게 예지를 강간한 사실을 말했다는 거예요. 문제가 생기면 예지의 정신과 진료 기록으로 학교 부적응자에 우울증 환자로 몰아세우기로 약속되어 있었구요.


얌전하고 착한 대학생처럼 생긴 성형외과 의사는 예지가 마취된 동안 수술 비용 대신이라며 강간합니다. 
이제 갓 레지던트딱지를 뗀 듯한 앳된 얼굴의 체크무늬를 향해 예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절박하게 묻고 싶었다.  
p.118



이 소설에서 예지의 주변에는 정상적인 사람도 제대로된 관계도 없어요. 끔찍한 상황을 피하려 달아났지만 끝없는 바닥으로 떨어지기만 합니다. 결말까지도 가슴이 답답하네요. 뉴스에서 접하던 사건의 이면에 이런 사연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워요.

이 책의 마지막에는 위기의 청소년 당사자나 그런 청소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연락처가 남아있어요. 사회에서 제도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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