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평점 :
팬데믹 이후 대화의 주제가 면역과 건강에 좋은 음식, 영양제 등이 되었습니다. [나의 생활 건강]은 여성 시인 열 명이 말화는 생활과 건강의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가방이 가볍고 꽃도 곧 피어날 것 같다. 꽃은 피고 나면 금세 지지만 곧 피어나기 직전까지는 길다.
탑이나 건물이나 업보나 책을 종이 뒤집듯이 넘기면 그 사람이 아팠다거나 괴로웠다거나 모든 걸 내려놓고 고양이가 되고 싶었다거나 하는 그런 대충의 이유들이 그림처럼 선명해지기를 종종 바라고는 했다.
그러나 시간은 접힐 듯 접히지 않는다. p.57

내가 아무리 덧붙여도 생활 건강이라는 기이한 키워드 앞에서는 아무 말도 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나는 이제 믿을 것이 과거의 나밖에 없다. 혹시나 싶어 과거의 메모를 뒤진다.
후회와 다짐은 나를 변화시키지 않고 벗어나려는 기억은 벗어나려는 것으로부터 나를 더욱 견고하게 해준다고. 차라리 긍정하라고 긍정하면 벗어나기 쉽다고.
그러므로 니체이자 내가 말했듯이 나는 비극을 긍정하기로 했다. p.66

동생보다 네가 좋다는 말씀이. 밥을 먹으면 쏙 제 방에 들어가는 동생보다 뒷정리를 자처하는 네가 좋다는 말씀이.
이 밤의 저 말씀을 내게 하시는 것도 당신이 나를 더 사랑하심에 그러시는 건가.
모르겠다. 나는 당신의 사랑과 사랑과 사랑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모르고, 그 때문에 때때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만 내가 아는 건, 이 알 수 없는 사랑이 나를 생활하게 한다는 것. 이 사랑이 나의 살과 기립근을 이뤄 날 일으키고 허허 벌판에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아주 혼자는 아니게 한다는 것. 그러므로 아주 먼 길을 걷는 데에도 끄덕없게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랑이, 나의 생활과 건강을.p.101
이 책의 에세이들은 가까운 일상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어요. 가끔 인사하던 이웃과 마주쳐 오랜만에 나누는 이야기같은 기분이 들어요. 따스한 햇빛 아래서 나른한 기분을 느끼며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에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