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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털 - 나만 사랑하는 너 ㅣ 이까짓 1
윰토끼 지음 / 봄름 / 2021년 2월
평점 :
털이 고민이라고요?

여름이면 제모가 필수예요. 겨드랑이, 팔, 다리의 털을 제모하지 않으면 남에게 실례가 될 수 있으니까요. 가끔 제모안 한 겨드랑이를 노출한 사람을 보면 흠칫 놀랍니다. 왜 털이 부정적이 된건지 모르겠어요. 옛날 사람들은 제모안하고 잘 살았을거 같은데요.
만화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이 전신성형한 뒤 전신 제모하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만세 자세로 겨드랑이를 자랑하는 장면에서 받은 충격부터 시작합니다.
1차세계대전 이전에는 제모하는 여성이 거의 없었다고 해요. 털 있는 여성에 대한 혐오는 면도기 회사가 부추긴 이미지 때문이래요.
2차 성징 이후 털이 나면서 고민이 시작되지요. 겨드랑이털은 미적인 이유로만 제모하는 것이 아니에요.
사회적이면서 경제적인 동물로 살아가야하니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종종 사람들은 냄새나는 남자보다 냄새나는 여자에게 더 야박하다. p.60

실존하는 여자의 벗은 몸을 보고 털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 도망간 남자도 마찬가지다. 단순하지만 깨우치기 어려운 교훈을 준다. 아름다움이란 황금과 비슷하다. 모두가 원하고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쟁취하기 위해 부조리함을 견디고 불합리함을 감내한다. p.82

털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 거대한 사회 속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 의식 또는 소속감이란 게 필요하니까. 그건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고 이 사회가 무난하게 굴러가려면 사람들의 안정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틀이 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유연해야 할 텐데 p.139

[이까짓 털]은 내 몸의 털처럼 사소하지만 신경쓰이는 것들에 대한 발랄한 에세이로 기대되었습니다. 실제로는 정말 털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털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이렇게 많다니 하고 생각해보니 남의 일 같지 않은 내용이구요. 즐겁게 읽으면서 무거움을 털어버릴 수 있는 에세이예요.
* 이 리뷰는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