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침실로 가는 길
시아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하고 성인이 된 후 가해자가 되거나 다시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푸른 침실로 가는 길]은 힘든 과거의 상처를 이기고 마음 치유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라니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기대했습니다.



이 책은 꿈 속에서 남자가 된 주인공이 기억을 쓰는 동안 고통을 마취시킬 수 있다는 글을 읽고 49일 동안 기억을 쓰는 내용이에요. 시간 순서대로 기록된 게 아니예요. 어린 소녀에서 어른이 되었다가 다시 아이가 됩니다.


처음으로 죽음을 품던 순간을 기억한다. 두툴두툴한 시멘트 담벼락에 등을 대고 스르르 주저앉던 나. 양 갈래로 머리를 묶고서 나팔바지를 입은 열 살의 내가 기억 속에서 튀어나온다. 그때 나는 울었을까.p.17



나는 즐겁고 행복하기보다 아프고 슬픈 기억이 가득해요. 아버지는 밤늦게 들어와 내가 눈뜨기 전에 나가셨고 그미는 늘 화가 나 있고 언니는 날카로웠어요. 학교에 가기 싫어도 그 말을 하지 못해 억지로 다녔어요. 자고 일어나면 부디 다른 세상이 펼쳐지기를 빌었고 스무 살에는 완벽한 자살을 꿈꿨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대답을 하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말을 하는구나. 난 네가 벙어리인 줄 알았어!"
나는 웃지 않았다. 슬펐지만 겉으로는 무표정하게 있었다. 중학교에 가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마음을 나눌 만한 친구가 없었다. p.97



이모부, 먼 친척 오빠, 선생님 등 여러 남자에게 추행당하고 열아홉에 연구실 선배와 가출해 시골 농가에 취직해요. 학과와 집안에 알려지고 선배와는 조건부 교제 승낙을 받아요. 나중엔 선배를 찾아가 술을 마시고 원망하고 결국 헤어져요. 너무 솔직하기도하고 충격적이어서 영화같아요 


무슨 이유로 그렇게 화나서 매일 욕설을 해댔을까. 단 하루도 아버지를 욕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언니와 나는 아버지를 존경했다. 아버지가 가끔 신경질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하더라도 그래도 아버지를 좋아했다. 
그랬던 아버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쥐약을 먹었다. p. 138-139



엄마를 느미라고 불러서 낯설었어요. 엄마와 관계가 좋지 못했고 자신의 딸에게 자신마저 엄마처럼 비춰지는 걸 깨닫게 됩니다. 복잡한 가족사, 굴곡많고 우울한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요. 자전적 성장소설이라 더 아프고 진하게 느껴져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