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타락한 생활을 하고 자살 직전까지 갔었다니 인생에 굴곡이 많았군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그가 사상적 전환을 겪는 과정에서 얻은 삶의 원리와 깨달음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표제작을 포함한 10가지 작품이 실려있어요. 서로 비슷한 주제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하지만 다른 인물입니다.
제화공 세묜은 술 마시고 귀가하다 벌거벗은 남자를 발견해요. 그는 처음엔 강도당한 거라고 생각해 그냥 지나치지만 양심의 가책때문에 돌아가 남자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 입혀줘요. 세묜의 아내 마뜨료나는 남편이 같이 술 마신 상대를 데려왔다 생각해 화가 치밀어요. 남편을 비난하다 돌연 남자가 가엾게 여겨져 그를 마음에 들어하게 됩니다.
나그네는 돌연 명랑해져서 얼굴 찡그리기를 그만두고 눈을 들어 마뜨료나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빵조각을 나그네가 먹었고 내일 먹을 빵도 없는데 셔츠와 바지까지 내주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속상했다. 하지만 그가 미소 짓던 게 떠오르자 기뻐서 심장이 두근거렸다 p.21

부부의 배려로 미하일은 세묜과 함께 일하게 시작해요. 그의 실력이 소문나 부유한 신사가 1년이 지나도 낡지 않는 신발을 주문합니다. 그때 미하일이 환하게 미소지어요. 그가 마지막으로 미소짓는 건 두 아이를 데려온 한 여자를 보고 난 후예요. 미하일은 자신이 징벌 받는 천사이고 세 번의 깨달음에 세 번의 미소를 지었다고 해요.
모든 사람은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각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시지 않으셨음을, 그리고 사람들이 협력하여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모두에게 그들 자신과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심을 깨달았습니다. p.40

대자는 대부를 찾아가 의도치않게 자신의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의 인생을 망친 대자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그립니다. 대자는 사람을 죽이는 걸 즐거워하는 강도를 처음에는 두려워하고 나중엔 그가 죽이려던 사람을 풀어주게 하고 마지막엔 그를 위해 울며 타일러요.
"당신이 나를 이겼소. 난 20년 동안 당신과 싸웠소. 당신이 이겼소. 이제 나는 나를 어쩌지 못하겠소. 당신이 나를 처음 설득했을 때 나는 더 화를 내기만 했소. 당신이 사람을 떠났을 때에야 당신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당신 스스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소. 당신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내 마음이 바뀌었소. 당신이 나를 불쌍히 여겨 내 앞에서 울자 내 마음은 완전히 녹아 내렸소."p.152

톨스토이의 장편들은 무겁고 심각하고 어려워요. 그에 비해 이 소설집에 있는 중단편들은 훨씬 읽기 편하고 이해가 쉬워요. 오래 기억되고 감동도 느낄 수 있구요. 등장인물의 성격이 무척 입체적이라 공감이 가요. 톨스토이가 지식인뿐만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썼다는 걸 알겠어요. 성경과 관련된 부분이 많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시대를 뛰어넘는 재미와 교훈도 있고 따뜻한 내용이라 강력 추천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