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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on in the Kitchen
붉은달 지음 / 피넛버터쉐이크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부엌에는 레몬도 있고.

읽기 전엔 요리책인줄 알았어요. 제목에선 상큼하고 가벼운 느낌일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내용이 많았고요. 부엌에 있는 식재료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글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밀가루였어요.

마약 밀매를 하던 전 여친과 마약 때문에 파탄난 가족사는 끔찍하네요. 그렇게 감옥에 갇힌 상대에게 여전히 죽도록 사랑한다니 이 관계는 어떤 결말일까 싶어요. 밀가루에 등장하는 첫 문장은 엔싱크의 노래 Every little thing I do, never seems enough for you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P.33
레몬이라는 시는 썸 타다 지쳤을 때 쓴 글인데 대상이 누군지 잊었다고 해요.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나면
레몬즙에 혀가 시큰하듯
자동으로 기대하게 돼요
조금 더 같이 있기를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 주기를
조금 더 나에게 관심 가져 주기를
P.48

너와 헤어진 후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나는 너를 사랑해. 다만 너와 연인일 때와는 다르게 너를 사랑해. 너와 연인이었을 때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이 초코 시럽을 듬뿍 얹은 카페모카였다면 지금은 마치 홍차와 같아. P.91
어떤 사람과 연애 같지 않은 밍밍한 연애를 한 후 꽤 오래 마음고생을 하고 쓴 글이 홍차라고 해요. 사랑이 변한 걸 비유한 맛이 잘 와닿네요. 시간이 흐를수록 미움보다 좋은 기억이 더 남고 결국엔 씁쓸한 맛을 남겨요.
멀어져 가는 여자의 마음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건 사람의 말이 아니라 피가 심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소리였다.
여자는 불의 심장을 가지고 있었고 남자는 얼음의 심장을 가지고 있었다.p.127
작은 사이즈의 책 안에 짧은 소설, 시, 에세이까지 많은 이야기가 담겼어요. 식재료의 독특한 맛과 향처럼 그에 얽힌 추억과 영감도 개성있고 독특하네요. 붉은달 님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발표하시길 응원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