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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신부 홍성남의 웃음처방전
홍성남 지음 / 아니무스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아무 생각없이 펼쳤다가 첫 장부터 빵 터졌어요. 진상 신부 넋두리라는 시의 내용이 민망할 정도로 솔직해서요. 본당 신자들이 돈을 안 내놓아서 밉다고 하지 않나 본당 신부가 화병이 났다고 하고 옆 본당 신부가 싫다고 해요. 질투가 가득한 고백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네요. 사제는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난 옆 본당 신부가 싫다
길을 가다 보면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신자들과 술 처먹는 모습을 본다
나처럼 술은 와인을 먹고 식사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해야지
그런데 교구에서 설문조사 했더니
가장 인기 좋은 사제 1번이 옆 본당 놈이란다
헐
근데 더 기가 막힌 건 내가 최악의 사제란다
우이씨
나 같은 사람을 몰라보다니 P.15

신자들이 낸 헌금 액수까지 기억하고 돈을 낸 만큼 대우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답니다. 원칙적인 나보다 노숙자 돕기 행사에서 월급에 옷까지 내놓는 옆 본당 미사에 사람이 늘어 정신없는 것들이라며 욕해요. 꼰대라는 소리에 화 내고 그런 신자들을 천박하다하고 갈수록 계속 읽어도 될지 고민마저 들었어요. 속마음이 정말 이럴까 싶어서 신자들이 걱정하지 않을까싶구요.
배우자와 헤어지고 싶다하면 전문 변호사 알려주고 스토커 아지매들에게 신부의 폰 넘버를 알려주고 밤잠 없는 보좌 신부위해 자신은 밤에 전화 코드 빼놓고 잔답니다. 심술궂은 놀부같아요. 마리앙뜨와네트 같다가도 공감이 가는 이상한 내용도 있어요.
난 참 가난한 신부이다.
차가 아주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를 욕한다.
외제 차라고.
반 값에 산 건데 억울하다.
참 가난하게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삶을 지켜야 하는 건 통장 잔고가 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P.67

사오정 시리즈나 가벼운 코믹 이야기도 있구요, 새 신부에게 조언도 재미있어요.
자매님이 차 한 잔 하자거든 조심해라.
차 한 잔 놓고 기본 세 시간이니라
첫번째 조언이 자매님과 차를 마시지 말라니 이해가 가네요. 소문도 조심해야하고 관심도 나눠줘야하고 공평하게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워보여요. P.150

즐겁게 읽다보면 끝까지 읽게되는 내용이에요. 신부님이 이런 말투를?하는 충격에서 벗어나니 더 술술 읽히네요. 스트레스를 푸는데도 도움이 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