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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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의 내가 이끄는 쪽으로.


자식으로 태어남 당했다는 표현을 듣고 놀랐습니다. 가족이지만 애정도 책임감도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구요. [노라와 모라]는 혈연과 서류로 묶인 가족이 죽음을 계기로 다가가는 이야기라니 기대되었어요.


노라에게 아버지는 어릴적 얼굴을 씻겨주던 비누냄새와 한 장의 사진으로만 남아 있어요. 그 사진에서 아버지는 눈을 감고 있어 표정도 없고 죽은 사람 같았는데 실제로 그 사진을 찍고 7달 후 갑자기 심장이 멎었습니다. 엄마는 '너만 없었어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그 말에선 엄마의 미움이 느껴졌어요. 


모라와 나는 7년을 함께 살았다. 간혹 새벽에 깨는 날이면 나는 등을 돌리고 자는 모라를 생각 없이 오래 바라보곤 했는데 우리가 헤어진 뒤 어느 날 아침에 내가 그랬듯 모라도 내 잠든 뒷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p.35


좁고 더러운 그 승강기에 비상벨 같은 건 없었다. 갇혔다는 자각이 들자마자 나도 모르게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관에 갇힌 기분이었다. 

내 안에 그토록 강렬하게 삶을 욕망하는 내가 숨어 있다는 걸 막 깨달은 참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뜨거웠고 그 사이로 불어온 바람이 내 목덜미와 겨드랑이 사이를 지나갔다. p.62-63


노라는 계부의 딸 모라와 살고 계부의 인쇄소가 어음을 막지못하여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자 엄마는 이혼을 요구했어요. 그후 계부가 세상을 떠나 모라가 연락해 20년 만에 노라와 재회합니다.


생각 없이 사과하는 건 노라의 오랜 습관 같은 거였다. 노라의 머릿속에는 미안하다는 말이 아예 입력되어있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해 볼 정도였다. 

반성없는 사과가 상대를 얼마나 쓸쓸하게 만드는지 노라는 끝내 모를거다. 물론 그것의 시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그러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노라는 곧 아무것도 모른 채 돌아가서 또 천천히 오늘 일을 잊을 거다. 잊는다는 건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을 때 비로소 잊은 것이 된다. p.140


엄마가 자신의 삶을 찾는 건 이기적이라도 비난하기는 애매하네요. 노라와 모라는 각자의 상실과 외로움 속에 살아가다 의붓자매가 되어 서로 가까워지지만 다시 헤어졌어요. 현실에선 가족은 동화같은 해피엔딩과 멀지만 여전히 꿈꾸고 기대하며 사는 걸 느껴요. 감정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내용이에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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