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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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잠만 자고 산다면. 


겨울이 되면 여름의 무더위를 잊어버리게 되네요. 사계절이 있다는 건 변화에 그만큼 잘 적응해야한다는 걸 깨닫게 합니다. 변온동물인 뱀과 개구리는 겨울잠을 준비할텐데 [부디, 얼지 않게끔]은 변온인간이 되어가는 주인공을 다룬 이야기라니 어떤 변화를 겪을지 기대되었습니다. 


여행사에 근무하는 '나'(최인경)은 업무차 베트남에 가고 송희진 주임이 내 오른팔을 잡고 불쑥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덥다고 하는데 땀도 안 흘리고 더운 기색도 없고 다들 땡볕에 지쳤는데 혼자 기운 넘치는 모습이요. 


"대리님 그거 맞죠? 파충류나 양서류 그런 종류요. 땀도 안 나고 온도에 따라 체온도 변하고 하는, 그거 뭐더라, 그거요, 대리님."

변온동물.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P.33-34



115도의 사우나에서도 아무렇지않고 평온하게 있을 수 있는 모습에 송희진은 넋나간 표정을 해요.  송희진은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달라고 합니다. 정보 교환을 하면서 둘이 가까워지고 제주도의 한라산에서 조난당할 뻔하다 돌아와요. 

희진의 주변으로 햇빛이 마저 내려앉고 있었다. 

머리를 깊게 숙인 채 잠든 희진의 목과 등 언저리 위로 따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저 기분 좋은, 주머니 속에 넣어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그런 온기라 느껴질 뿐이었다. P. 126


세 계절을 지나는 동안 땀과 함께 눈물도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하, 하고 헛웃음 지으며 볼 언저리를 닦았다.P.180


가을 장마부터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어집니다. 자신의 몸이 동면을 준비하는 것을 실감한 암담함과 당황에 빠져요. 희진의 도움으로 결국 동면을 준비합니다. 부디 얼지 않게끔. 봄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들킨다면 실험대상이 되지 않을지, 회사는 다시 다닐 수 있을지, 희진과는 어떻게 될지 많은 의문을 남긴 채 이야기는 끝납니다. 짧지만 만약 인간이 변온동물로 살게 된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요. 변화로 인한 외로움과 고립이란 점은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기도 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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