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해리 프로젝트.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 중에서 지구의 멸망을 암울하게 그려낸 내용이 많아요. 스노볼은 영하 41도로 얼어붙은 미래에도 인간성과 자아를 지키는 꿈을 이루는 영어덜트 소설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16살 전초밤과 전온기는 쌍동이 남매예요. 스노볼에 사는 사람들은 액터라고 불리고 액터의 삶은 리얼리티 드라마로 편집되어 방송으로 공개됩니다. 스노볼에서 태어난 고해리는 가장 인기 있는 액터만 할 수 있다는 기상 캐스터가 되고 초밤은 자신과 해리가 닮았다고 생각해요.


초밤은 스노볼 교육기관 필름 스쿨에 불합격하는데 뜻밖의 손님이 찾아와요. 스노볼에서 종영한 드라마의 주연 액터 쿠퍼예요. 그의 직업은 바이애슬론 선수였고 경기 마지막에 표적인 사형수를 총으로 쏘아 극심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했습니다. 


그는 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시청자들은 그런 쿠퍼의 나약함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의 정신적 파멸을 열심히 지켜보았다. p.51  


고해리가 자살하여 그 대역으로 초밤을 데려가려 합니다. 초밤은 액터가 아닌 디렉터가 되고 싶어하지만 해리의 죽음에 이은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여 초밤이 꼭 필요하다고 해요. 차설 디렉터에게 초밤을 인계한 후 쿠퍼는 살해당합니다. 초밤은 그의 죽음에 괴로워하구요.


디렉터는 액터의 삶을 만드는 창조주예요. 작품이 사랑받으면 디렉터는 활동을 이어가고 시청자가 만 명 이하면 강제 종영되어 퇴직자 마을로 추방됩니다. 


"행복에 겨워 죽음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나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바이애슬론 챔피언 자리를 오 년 연속으로 꿰차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불행해했거든. 사람들은 그 모습에 공감했어. 인간은 행복 속에서도 불안과 불행을 찾는 데 선수니까. 본능적으로 쿠퍼에게서 자기 자신을 본 거야"p.167 


이본회는 전초밤이 고해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존재 같다. 해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냈을 편지와 선물을 나는 영원히 찾을 수 없을 테니까. p.243


헝거게임과 비슷한 분위기예요. 이본 미디어 그룹이 스노볼을 만들어 그곳에 사는 액터들은 외부 사람들에게 동경과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이 됩니다. 자신과 닮은 해리의 죽음으로 그곳에 가게된 초밤은 기대와 다른 무시무시한 실상을 마주하지요. 스노볼에서 9명의 남자를 죽이고 고향으로 돌아와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 된 조미류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구요. 


리얼리티 방송을 보면서 악역으로 비난받았던 사람들이 사실 시나리오가 있었고 자신들은 그 역에 맡게 따랐을 뿐이라는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나네요. 진실보다 진실처럼 보여지는 것을 믿게 만드는 현실을 스노볼에 대비해 생각했어요. 액션보다는 철학에 가까운 어두운 내용이에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