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누나팬들의 솔직한 마음.


방탄소년단이 유명해진 후 팬이 된 3040여성들이 많았어요. [혼외 연애와 비슷한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아이돌 덕질하는 팬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그려낸 소설이라니 공감가는 재미있는 내용으로 기대했어요.


결혼 8년차 아이없는 부부의 남편은 인디 아이돌에 푹 빠졌고 아내 사쿠라이는 데뷔를 준비하는 아이돌 그룹 스노우화이트에 빠졌어요. 3년 동안 멤버 간다 미라이의 팬으로 연습생인 그를 보고싶어 방송국에서 일하는 남편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어느날 남편은 인디 아이돌의 멤버와 살고 싶다며 아내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해요. 아내는 "나도 미라잉과 자보고 싶다고!"소리를 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미라이와 육체관계를 맺을 마음은 꿈에도 없어요. 


나는 갑옷을 두르고 있다. 몸에도 마음에도.

그 갑옷을 바지런히 수선해 온 덕분에 지금까지 몸도 마음도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1등이 되지 못했다는 열등감과 1등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상위권이라는 자존감의 치열한 힘겨루기 속에서 계속 살아왔다. p.30


가장 사랑해야 하는 건 나, 두 번째는 미라잉, 세 번째가 남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남편의 외도에 힘겨워집니다. 남편은 바람피운 상대가 상상과 다르다는 걸 깨닫고 아내에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뜻을 보여요. 


스무 살에 엄마가 되고 현재는 양아치 중학생 아들을 둔 마시코는 스노우화이트의 하치 오지를 보고 내 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욕설을 퍼부으며 늘 생활비에서 돈을 훔쳐가는 구제 불능 밥버러지에 얼굴까지 가망없는 아들과 어쩜 이리 다를까. 태어난 지 아직 14년밖에 지나지 않은 남자애가 기를 쓰고 춤추는 모습만 떠올려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p.58


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다 같은 그룹의 다른 멤버 팬인 미인 사쿠라이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당첨된 티켓을 한 장 주겠다고 말해버립니다. 미인의 초대로 그녀의 집에 가는데 알고보니 동갑에 아이가 없다는 걸 알게되지요. 서로 접점이 없던 여자들이 같은 그룹의 아이돌 팬이라는 이유로 뭉쳐요.


아들이 도둑질했다는 전화에 놀라 달려가니 훔친건 이력서였어요. 아들을 때리고 싸우다 낳고 싶어서 낳은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며 소리치는 아들에게 그녀는 솔직하게 말해요.


"네 말대로 딱히 널 원해서 낳은 게 아니야. 하지만 그런 애가 어디 너 하나뿐인 줄 아니? 나도 그랬어. 그런 핸디캡이 있는 아이는 부모한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고. 그러니까 사랑받고 싶으면 네 힘으로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p. 80


이력서를 훔친 이유가 엄마가 기뻐할 거 같아서 디셈버스 오디션을 보기 위해서였다는 말에 대놓고 "꿈도 크다. 그 얼굴로 거길 어떻게 들어가냐. 꿈에도 정도가 있는 거야! 거울을 봐! 현실을 직시하라고!"말합니다.


엘리트 싱글녀인 미야비는 11년 전 스노우화이트에 소속되기 전인 열한 살의 지카를 만났어요. 천사같은 소년의 모습에 결혼도 마다하고 투어를 따라다니며 덕질에만 열중입니다. 콘서트장에서 결혼한 사쿠라이를 오랜만에 만나고 그녀도 그룹 멤버의 팬이라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사쿠라이의 반응은 별루예요. 


미야비는 갑자기 계약이 끊기고 자신이 아이돌 팬이라는 괴문서가 퍼진걸 들어요. 누군가 악의적으로 퍼트린 사진과 말에 충격받고 사쿠라이의 도움으로 괴문서의 배후가 미야비의 부친인걸 알게됩니다. 

미야비는 결혼압박을 피하려 마시코와 속옷 차림으로 애정행각을 벌이는 사진을 찍어 레즈비언이라는 괴문서를 퍼트려요. 아버지와 다툰 후 평온해진 일상. 미야비는 우연히 지카와 마주쳐요. 


아, 하고 지카 짱이 작게 목소리를 흘려낸 것 같았다. 내 얼굴을 보고 지카 짱은 꽃이 피어나듯 환하게 웃음 지으며 내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누구? 아는 사람이야?"

"옛날에 날 도와준 사람."

신이시여. 아아, 신이시여.

내가 두 손을 맞잡고 쪼그려 앉자 사쿠라이 씨가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다. p.124


남편에 애정없고 소녀시절 좋아한 아이돌을 닮은 미소년 사쓰키에게 빠져 그의 이상형에 맞는 헤어스타일로 바꾸는 야마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주인공인 팬픽을 쓰는 소설가 마유미도 있어요.  


부디 그대로 빛을 받으렴. 나는 소망했다. 

빛이 비치는 길을 걸어가라고. 그럼 널 길잡이 삼아 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p.207


여학생들 뒤에서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누나팬들의 절절한 마음과 모습을 실감나게 그렸어요. 서로 모를때는 저런 사람이 내 아이돌의 팬이라니 하고 반감을 갖다가 서로 다가가 대화하다보니 서로 친해져 친구가 되어버려요. 씁쓸하다 유쾌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들이라 즐겁네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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