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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평점 :

인어에 대한 전설은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서도 나왔어요. 매력적이라 영화에서도 자주 쓰이는 소재구요. [소금 비늘]은 인어의 몸에서 자란다는 비늘 모양의 소금을 두고 싸우는 인간들의 파국을 다루는 호러 판타지라니 기대되었습니다.
남정심이 남편 최동수에게 살해된 후 그녀의 돌무덤이 백어도 꼭대기에 마련되었어요. 정심의 아들 산하는 모친 묘의 이장을 위해 옵니다. 파낸 시신은 놀랍게도 부패하지 않았고 백색의 비늘이 덮여있었어요.
산하는 비늘 몇 개를 가져오고 산하가 가진 비늘을 중산이 훔치고 동일도 시신에서 비늘을 떼어 가져와요. 산하는 그 비늘을 보고 뒤늦게 부친이 모친을 살해할 때 쓴 살해도구란걸 깨달아요. 동일과 중산은 얼굴이 훼손되고 한쪽 손을 잃은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용보는 아름다운 마리와 결혼하고 그녀는 그에게 코델리아의 소금이라는 비늘을 선물로 줘요. 코델리아가 리어왕의 막내딸로 부친을 구하려다 살해당했다는 것과 소금이 화폐로 쓰인 걸 말합니다.
"너 한테는 하나밖에 줄 수 없어. 그러니까 나머지 소금에는 손대지 않겠다고 맹세해."
"알았어. 맹세할게."
"만약 오늘의 이 맹세를 깨고 내 소금에 손을 대면 넌 나뿐 아니라 나로 인해 얻은 모든 것을 잃게 될 거야."p.36

용보는 마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섬을 키우며 평온하게 살지만 마리의 그림과 글을 보면서 점점 균열이 생깁니다. 마리는 인어공주 동화의 뒷 이야기를 썼어요. 왕자를 위해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는 왕자가 결혼 후 아이 셋을 얻어 아내와 자주 싸우는 걸 보면서 자신의 희생을 억울하게 느낀다고 해요. 용보는 뉴스에서 소금비늘인 백어석에 대해 듣고 희귀한 보물이란 말에 탐을 내게 됩니다.
눈물과 소금이라. 그는 거실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마리의 바다를 보았다.
양철통에 담긴 흰 소금 비늘에서 석양의 찬란하고 붉은빛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p.121

용보는 백어석을 훔쳐 준희에게 팔고 준희는 황씨염상파록과 고서에서 백어석에 대한 기록을 살핍니다. 백어석은 염린이라 불렸고 염린을 팔았던 자들은 모두 교어와 혼인한 남자들이었고 그들은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그의 삶이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용보는 마리에게 미안하기보다는 화가 났다. 집에 돈이 되는 물건이 있는데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었다 p.161
며칠 전 마리가 물에 흠뻑 젖은 채 관리사무소에 들어섰던 바로 그날 그 순간, 그는 마리가 품고 있던 백어석의 빛을 알아보았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p.203

마리가 용보를 떠나고 산하와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전개가 됩니다. 이 책에 나오는 남정심 가족의 이야기는 용보 가족의 미래를 의미해요. 정심이 남편에게 살해당하고 그 아들 산하는 물에 가까운 것처럼 용보도 탐욕에 물들고 그의 아이 섬은 물속에서 편안함을 느껴요.
평범하던 용보가 점차 이성을 잃고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과정이 잘 그려져있어요. 행운을 불운으로 만드는 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그의 잘못이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되고요. 다양한 인어전설에 대해 나와 있어서 재미와 근거를 더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