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의 소설 문득 시리즈 4
김유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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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명작.


소설가 김유정의 봄봄을 무척 좋아해요. 유머가 넘치는 우리나라 대표 단편이지요. [떡]은 처음 듣는 작품명입니다. 봄봄을 비롯해 작가의 흔하지 않은 작품도 담은 작품집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떡'의 옥이는 아버지에게서 밥만 축낸다고 구박받고 속으로는 아버지에게 욕설을 퍼붓는 영악한 아이예요. 남의 집에서 떡과 음식을 잔뜩 먹고 배 아파 죽을 뻔하다 간신히 살아납니다. 

그런 중에도 어디인가 형언치 못할 쓸쓸함이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삼십여 년 전 술을 빚어놓고 쇠를 울리고 흥에 질리어 어깨춤을 덩실거리고 이러던 가을과는 저 딴쪽이다. p.49


'만무방'에서 토속적이고 솔직한 풍자만 나오나 싶다가 농군이 강도로 돌변해 농군을 죽인 사연은 호러물이 됩니다. 동전 네 닢에 수수 일곱 되를 훔치고 탄로 날까 얼굴 껍질을 벗겼다는 흉악한 내용에 과거에도 이런 끔찍한 살인이 벌어졌구나 합니다.  


응칠은 누군가에게 벼이삭을 도둑맞고 범인을 찾아 나서요. 노름방에서 늘 돈을 꾸어달라던 재성을 보고 의심하고 돌아서 나오는 데 돈을 날린 재성이 따라와 애원해 동전을 던져줍니다. 논에 보초선 응칠은 마침내 범인을 잡아요. 


알고보니 동생 응오. 둘이 함께 농사지내니 "내 것 내가 먹는데"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요. 응칠은 화가 치밀어 응오를 때린 후 그를 업고 내려와요.


'생의 반려'는 친구 명렬이 나명주에게 바치는 연서를 전달하고 답신을 받고자하는 친구가 화자로 나오는 이야기예요. 맹목적인 연심을 바치는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과 매몰찬 명주에 대한 원망이 보여요. 명렬의 난봉꾼 형은 주색잡기로 유산을 탕진하고 가족을 괴롭게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요. 과부가 된 누님도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들어 명렬에게 화풀이 합니다. 이 작품 속 명렬의 상황은 작가 김유정의 성장 과정과 흡사해요. 


이것은 결코 흔히 말하는 그 연애는 아니었다. 

그의 연애는 상대에게서 제 자신을 찾아내고자 거반 발광을 하다시피 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에게는 제 자신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p.123


명렬은 누님에게 학대받고 증오를 품으면서도 떠나지 않고 계속 명주에게 연서를 써요. 친구는 명주 대신 여동생에게 그의 마음을 거절하는 답신을 대필하게 해요. 


마음이 성치 못한 누님을 떼어 내버리고 간다면 그의 뒤는 누가 돌보아주겠는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누님을 떨어져서는 안 되리라고 이렇게 다시 고치어 생각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누님에게 원수와 은혜를 아울러 품은 야릇한 동생이었다  p.163 


이 소설집 속의 이야기들은 완전한 결론이 나지 않고 끝납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지만 답을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은 이야기다.


소설가 채만식은 '사백 자 원고지 한 장에 오십 전의 원고료를 바라고 그는 피 섞인 침을 뱉어가면서도 아니 쓰지를 못했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쓴 원고의 원고료를 받어가지고 그는 밥을 먹었다.'고 했습니다. 폐결핵으로 투병하고 같은 병을 앓던 이상으로부터 동반자살 권유까지 받았던 김유정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솔직하고 박력있는 문장을 읽을때면 기이한 기분이 들어요. 아무리 반복해 읽어도 매력적인 작품들입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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