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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행
호시노 도모유키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을 납치해 강제로 일 시키고 학대한 사건 기사를 보고 소설이나 영화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간은행]은 인간의 노예화와 비틀린 세계를 다룬 sf소설집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내가 죽든지 아버지가 죽든지 둘 중 하나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80대 부친과 함께 사는 것이 고통스러운 그는 어느날 수상한 전단지를 보게됩니다. 간병이 필요한 노인을 비용을 내면 맡아준다는 내용이에요. 그는 전화를 걸어 대규모 후원 제도가 있어 저렴한 초기비용으로 맡는 것이 가능하다는 답을 듣습니다.
돌아가시면 화장해서 유골을 준다는 말에 그는 부친을 업체의 차에 태워 보내요. 그후 업체의 르포기사를 쓰려 방문하려하지만 수용시설은 없었어요. 그곳은 가축을 키우기위해 인간을 사료로 쓰는 곳이었어요. 에코화한다는 말에 그는 패배감과 기묘한 해방감을 느낍니다.
인간은행은 돈으로 인간의 목숨을 받습니다. 돈을 낭비하면 목숨을 줄이게 되는 셈이라 약속대로 갚지 못하면 목숨의 일부를 받는 방식이에요. 10만 엔이 아닌 10만 진엔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대출 당시엔 알지 못합니다. p.46

백만 진엔으로는 사람 한 명을 바꿀 수 있어요. 그는 인간화폐 후가를 데려와 일을 시킵니다. 후가는 일을 찾을 수 없어 여러번 인간화폐가 되었다고 해요. 듣고보니 괜찮은 거 같아 자신도 인간화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은행 열매를 줍듯이 그렇게 주운 사람들에게 빚을 안기고 인간화폐로 만든다.
그렇게해서 인간센터는 커뮤니티 전체의 자산을 늘리면서 확대되고 있다. 휴머니즘을 내건 이 인간센터의 극히 냉혹하고 현실적인 원리에 나는 신체의 심지가 흔들릴 만큼 전율했다. p. 70

모미 쵸아요(몸이 좋아요)는 다른 소설들과 달리 가볍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흥미로웠어요. 한류 드라마에서 화내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절규한다기보다 가요곡의 클라이맥스를 노래하듯 투명한 소리로 낭랑히 울리며 크레센도로부터 점점 톤이 높아진다고 해요. 스타일리시하고 존재감이 없다면 한국에서는 배우가 될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재밌어요.
일본에서는 10년 단위로 히토무카시(과거, 옛날)라고 하지만 한국에서 히토무가시는 5년이나 3년쯤 되는 것 같아.
고가도로 아래를 달리는 서울의 좁다란 간선도로가 5년 뒤에 방문했을 땐 간 데가 없고 거짓말처럼 맑고 쾌적한 푸른 물줄기로 바뀌어 있어 크게 충격받았을 때, 임미영이 그렇게 설명해주었던 것이다. 그 5년 전 옛날, 3년 전 옛날의 시간 속에서 여자를 때리던 남자들이 여자에게 야단맞을 정도로 변한 것이다 p.92

생식 에너지를 먹고 꽃을 피우는 스킨 플랜트, 읽는 동안 수명이 줄어드는 읽지마, 우익단체에 대해 말하는 핑크, 변신인지 꿈인지 모호한 지구가 되고 싶었던 남자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다크한 내용은 정말 심각하고 우울하고 무섭기까지해요. 막연하고 먼 미래가 아니라 현실과 연관되어 가능성 높아 더 그런 기분이 들어요. 가벼운 이야기보다 무게감 있는 이야기에 강한걸로 보여요. 작가의 장편소설도 읽고 싶어져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