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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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자아찾기.


평행우주가 있고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살지 상상한 적 있어요. [기린의 타자기]는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작가가 엄마의 생에 개입하는 평행우주 기반의 내용의 판타지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지하는 순간이동 능력을 갖고 있고 사람을 구해내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위해 숨기고 살아갑니다. 산후 우울증을 이해하기 위해 쓴 '조용한 세상'은 지하의 엄마 서영이 소설 공모전에 당선되어 친구 우탁이 선물로 준 타자기로 썼어요. 서영은 소설의 헌사가 '남편이 던진 타자기에 얼굴이 짓이겨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나의 어머니에게'라는 걸 읽고 그 글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걸 알게됩니다.


어째서 겪어보지도 않은 산후우울증을 이해하려고 그토록 필사적이었던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든을 만난 3년 동안 두 사람은 지하의 순간이동 능력을 이용해 전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했다. 하루 만에 7개국을 구경한 날도 있었다. 감동스러운 절경과도 만났고 잊지 못할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글쓰기에 대한 욕구를 잠재우지 못했다. P.65



지하는 걸핏하면 현실을 잊고 상상 속에 빠져 살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열 손가락은 휘었고 오른쪽 새끼발가락은 움직이지 않는다. 서영은 지하의 장애가 자신의 탓이라 믿었다. 목이 졸리는 동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신경에 손상을 입은 거라고 생각했다. 젖먹이의 목을 조른 것은 시어머니가 아닌 서영 자신이었지만 시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하지만 않았다면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P.151




서영은 원치않는 결혼과 시어머니의 끔찍한 학대로 인한 우울증으로 지하의 목을 졸랐고 그 원인인지 지하는 청각장애가 되었습니다. 서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낸 지하를 막으려는 시댁과 싸웁니다. 


지하는 FBI에게 추적당하고 여러차례 위기를 맞습니다. 내용은 지하가 만든 백일몽의 세계와 소설 속 서영의 이야기를 다룬 로그아웃과 지하가 소설가가 된 후의 이야기를 다룬 로그인으로 나뉩니다.  


머릿속 생각을 잘 먹여 살리면 그 생각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자신이 되는 거죠. 그래서 장래에 대한 긍정적인 꿈을 꾸면 어느 사이엔가 내가 꾼 꿈 그대로 살고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P.378



지하가 순간이동을 하면서 글쓰기를 갈망하는 건 어쩌면 엄마 서영의 바람이 그대로 전이된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격을 모욕하고 목숨까지 위협하는 부친의 폭력과 시어머니의 학대는 현실이 소설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지하는 엄마를 일깨우고 용서합니다. 순간이동이라는 능력과 평행우주라는 SF적 개념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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